[문학=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윤희상(SK)은 더 이상 ‘깜짝 카드’가 아니었다. 패전투수가 됐지만 SK 선발진의 또 다른 기둥으로 거듭났다. 윤희상은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안타 6개를 맞았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며 포스트시즌 호투 행진을 이어나갔다. 그는 지난 12일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회 2사까지 KIA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한 바 있다. 당시 총 투수 구는 100개. 이 가운데 직구와 포크볼은 각각 54개와 30개였다. 주 무기는 이번에도 통했다. 윤희상은 1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공 11개만으로 삼자범퇴를 이끌어냈다. 2회에는 삼진 1개를 추가하며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로 구성된 상대 중심타선을 무너뜨렸다. 포크볼의 각은 예리했다. 바깥에서 안으로 뚝 떨어지며 롯데의 방망이를 춤추게 했다. 묵직한 직구 볼 끝도 빼놓을 수 없다. 철저하게 바깥쪽으로 형성되며 타자들의 타격 폼을 흐트러뜨렸다. 사실 오른손 일색인 롯데 타자들은 볼 배합을 충분히 계산하고 타석에 나섰다. 3차전에서 송은범의 바깥쪽 직구에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타선은 여차하면 밀어치는 타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윤희상의 공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6명의 타자가 삼진으로 돌아섰다. 나머지 아웃카운트 9개 가운데 4개는 우익수 뜬공이었다. 그는 3회 처음으로 위기를 맞았다. 문규현과 김주찬의 연속 안타와 손아섭의 볼넷으로 2사 만루에 몰렸다. 안타로 연결된 볼은 모두 몸 쪽 직구였다. 코너웍은 나쁘지 않았다. 당겨치기에 능한 롯데타선의 노림수가 빼어났다. 윤희상은 가장 자신감 넘치는 볼로 위기를 모면했다. 바깥쪽 직구로 전준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위기를 벗어난 그는 다시 호투를 이어갔다. 홍성흔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포크볼로 황재균과 강민호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앞서 이대호와의 승부에서는 98km의 커브를 던지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5회 윤희상은 경험부족을 노출하며 1점을 내주고 말았다. 직접 잡은 선두 조성환의 기습번트가 송구 실책으로 이어졌고 이어진 1사 2루 위기에서 김주찬에게 중전안타를 얻어맞았다. 이는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다. 조성환이 김주찬이 2루로 달리는 틈을 타 홈으로 쇄도하다 아웃당한 까닭이다. 하지만 더 이상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상대 타선에서 유일한 왼손타자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아 1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팀 타선의 부진으로 그는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투구는 부진과 거리가 멀었다. 준 플레이오프에 앞서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발진이 온전하지 못해 큰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에이스 김광현은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리 글로버는 부상으로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윤희상은 공백을 100% 메워줬다. SK가 한국시리즈에 오를 경우 선발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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