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불길, 실물경제로 옮겨붙는다

필립스·IBM 실적 부진..車업체 유럽 감소+항공기 이용객도 급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금융위기의 불길이 실물 경제로 옮겨붙고 있다. 금융위기 탓에 금융자산 가치가 급감하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수요 감소 여파가 경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요 둔화는 금융, 자동차, 항공, 전자 등 산업계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반기 들어 항공기 이용객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동차 업체들은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재고가 쌓이자 생산을 줄이고 있다. IBM은 기대에 못 미친 3분기 매출을 공개하면서, 필립스는 순이익 급감과 함께 45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원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필립스는 올해 3분기 세전 순이익이 3억6800만유로로 집계됐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거의 2년 만에 최저 규모이며 전년동기 6억4700만유로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든 것이다. 필립스는 단기적으로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때문에 4500명 감원 등 비용 절감 계획을 통해 변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이미 87년동안 유지해온 TV 사업에서 올해 말까지 철수할 계획임을 선언했다. 필립스의 프란스 반 하우텐 "감원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필립스를 되살리고 어려워진 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IBM의 3분기 실적이 수요 둔화를 경고했다. IBM의 3분기 매출은 262억달러를 기록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 263억달러에 못 미쳤다. IBM은 하드웨어 부문 매출 증가율이 2분기 17%에서 3분기 4%로 크게 둔화됐다고 전했다. 또 서비스 사업부 매출 증가율도 10%에서 8%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웰스파고도 경기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된 금융시장 혼란 때문에 3분기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웰스파고의 매출은 196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의 209억달러에서 감소했다. 존 스텀프 웰스파고 CEO는 "경기 회복은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을 정도로 둔화되고 불균등해졌다"며 "우리가 경제 환경을 바꿀 수 없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 공장에서 생산량과 초과 근무를 줄이고 있다며 이는 재정위기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M은 오펠과 복스홀 차량을 생산하는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내년 말까지 약 60일간의 휴업 일자를 갖기로 결정했으며 독일 아이제나흐 공장도 올해 말까지 약 20일간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포드는 벨기에 공장에서 4분기에 몇 일간 조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푸조 시트로엥과 르노 등도 이번 달에 몇몇 공장에서 휴업 기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국제항공수송협회(IATA)는 8월에 항공기 이용객 수가 크게 줄었다며 특히 비즈니스석 이용객 수가 줄어들면서 향후 몇 개월간 추가적인 둔화가 있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석 이용객 증가율은 7월 7.5%에서 8월 2.3%로 줄었다. 특히 유럽과 북미 노선 이용객 수가 7월에는 5.6% 증가했지만 8월에는 1.1% 감소로 돌아섰다. 유럽-동아시아 노선 이용객 증가율도 7월 13.5%에서 8월 7.5%로 급감했다. 유럽과 관련된 노선이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IATA는 유럽 경제 악화와 유로존 재정위기 때문에 기업 신뢰도가 타격을 입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필립스 외에도 기업 감원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 향후 수요 둔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와 미쓰비시UFJ가 공동설립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이 올해 두 번째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감원 규모가 1200~13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전체 직원 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 6위 보험업체인 영국 아비바는 아일랜드에서 최대 900명의 직원을 감원할 것이라고 영국 선데이 타임즈가 전했다. 전체 직원 2000명 중 절반 가까이를 자르는 셈이다.미 2위 주택용품 업체 로우스는 미 15개 주에서 20개의 매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 때문에 약 1950명 직원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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