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 왜 김수현에게 귀 기울이는가

<천일의 약속> 첫 회 SBS 월-화 밤 9시 55분“가진 건 자존심밖에 없”는 여자 서연(수애)과 가진 게 너무 많아 비겁할 수밖에 없는 남자 지형(김래원)은 남자가 결혼할 때까지 기한이 정해진 “도둑질” 같은 사랑을 한다. 부모 없이 고모에게 신세지며 자란 서연은 처음부터 불운했다. 그리고 잦은 두통과 건망증으로 예견되며 곧 닥쳐 올 불운한 미래까지, 서연의 짧고 기구한 삶을 지탱하는 사랑이 <천일의 약속>의 이야기다. 이 똑똑하고 당차지만 사랑 앞에서는 가슴을 쥐어뜯고 울 수밖에 없는 여자는 과거 ‘김수현 드라마’의 여인들을 연상시키는데 특히 신분 차이, 불치병, 순애보의 낯익은 설정에는 SBS <완전한 사랑>의 영애(김희애)의 그림자가 짙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기 복제와 특유의 장황한 대사를 아직 체화하지 못한 배우들의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극임이 명백히 예상되는 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SBS <내 남자의 여자> 첫 회를 연상시키는 격정적 애정 행위로 시작되었지만, <천일의 약속>에서 뗄 수 없었던 건 눈이 아니라 귀다. 더 정확히 말해 귀 기울일 수밖에 없기에 눈을 뗄 수 없다. 김수현 작가는 마치 셰익스피어나 체홉 같은 고전 비극 무대를 보는 것처럼 끊임없는 대사 속에 인물들이 살아 온 인생과 뚜렷한 성격과 가장 소중한 것과 가장 비겁한 모습까지 입혀내며 강렬한 세팅을 끝냈다. 단 첫 회만으로 증명했듯, <천일의 약속>은 명백한 ‘김수현 드라마’다. 가장 기묘한 화법으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며 ‘지금의 고전’을 쓰는 작가의 새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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