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세금추징, 국세청-우리銀 대리전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은별 기자] 4000억원대의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 대한 세금 추징이 국세청과 우리은행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18일 국세청과 우리은행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우리은행 본점을 상대로 350억원 상당의 예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350억원은 권 회장이 홍콩지점에 예치해 놨다가 최근 찾아간 금액이다.앞서 국세청은 지난 4월초 역외탈세혐의로 권 회장에게 세금 4100억원을 낼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권 회장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자, 권 회장의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시도상선 자회사 CCCS 명의로 돼 있는 우리은행 홍콩 지점 계좌를 압류했다. CCCS는 선박을 빌려주고 용선료를 받는 해운회사로 자동차 운반선 50여척을 소유하고 있다.이에 반발해 권 회장은 지난 5월 말 홍콩법원에 본인의 은행 예금은 압류 대상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보름 뒤인 6월 14일 홍콩법원은 "한국 국세청의 권혁 회장에 대한 은행 계좌 동결 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권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권 회장은 곧바로 은행계좌에 있는 350억원 전액을 인출해 갔다.
이에 국세청은 우리은행 본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은행 홍콩 지점이 한국 과세 당국 관할인 우리은행 본점과 연결된 사업체이기 때문에 압류 예금을 지급한 홍콩 지점을 대신해 우리은행 본점이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우리은행은 국세청의 이같은 소송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국세청의 요청에 따라 우리은행 홍콩지점의 계좌를 압류하는 등 최선을 다했음에도 '소송'이라는 뺨을 맞았다는 것.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외지점이 그 나라 법원 결정에 따라 압류를 해지했는데 본점이 대신 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쩔 수 없었던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우리은행과 국세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로선 어느 쪽이 이기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국세청이 역외 탈세 혐의자의 해외 계좌 압류 조치를 취한 행위나, 국세청과 국내 은행이 세금 소송을 벌이는 것 모두 사상 초유의 일이다.이번 소송과 관련된 첫 변론기일은 내달 23일로 잡혀있다.고형광 기자 kohk0101@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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