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 회계사 방모(33)씨는 키 178㎝, 명문대 졸업, 강남 거주,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소위 명품 스펙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소개팅 자리에서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다. 대머리라는 이유 때문이다. 유전적인 탈모 때문에 20대 중반부터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증상이 악화됐다. 최근 그는 한 탈모전문 클리닉 센터에 290만원을 내고 시술받기로 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만나던 남자에게 말없이 연락을 끊었다. 낯선 여자와 자주 통화를 하는 게 수상하던 중 그의 문자를 우연히 보고 마음이 돌아섰다. '모발이식센터' '전문 가발업체' '흑채 소개' 등의 문자가 수두룩했던 것. 낯선 여자의 정체는 모발 이식 상담센터 직원이었다. 김씨는 “차라리 바람난 게 낫지, 가발을 쓰고 다닌다는 걸 감쪽같이 속였다”고 말했다.12일 관련 업계와 국민건강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탈모 환자는 24.8% 늘었으며 인구 10만명당 진료환자도 2005년 307명에서 2009년 374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올 상반기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남성 탈모방지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30%씩 성장했다.
발모 빗
남성 탈모 방지용품에 속한 대표 제품으로는 두피관리기, 탈모방지샴푸, 두피관리제, 흑채 등이 있다. 옥션은 올 상반기 탈모 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5%가량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탈모제품 구매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62%에 달했으며 특히 흑채의 경우 방송에서 주목을 끌면서 전년 대비 30%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11번가 역시 올 1~8월까지 관련 제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2009년 대비 40%까지 성장하는 등 연평균 38%씩 매출이 늘고 있다”며 “이에 관련 상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최근에는 머리를 감으면서 탈모를 예방하는 기능성과 편의성을 모두 갖춘 고체형 비누타입의 샴푸도 나왔다. 특히 짧은 머리의 남성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두피, 모발상태에 따 라 타입별 선택이 가능해 전체 구매자 중 40~50대 남성에게도 인기다.이영해 옥션 뷰티 담당자는 “최근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남성들의 탈모현상이 늘어나면서 탈모예방 제품을 찾는 20~30대 남성이 늘고 있다”며 “특히 샴푸바, 스프레이 타입 등 사용법이 간편하면서도 기능성을 갖춘 탈모제품들이 높은 인기”라고 말했다.이에 탈모방지 기능성 샴푸들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 4월 고기능성 탈모 방지 샴푸인 '리엔 모강비책'을, 아모레퍼시픽의 '려(呂)'는 지난해 7월 탈모방지 의약외품 '자양윤모'를 선보였다. 특히 식약청에서 탈모방지 및 양모효능을 공식 인증받은 자양윤모는 출시 6개월 만에 100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한편 이미 예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중증 탈모에 이른 남성들은 헤어클리닉이나 전문병원 등을 찾고 있다. B 탈모치료전문 한의원은 내방 1~2주일 전부터 미리 전화 예약을 해야 진료받을 수 있을 정도로 예약이 꽉 찼다. 1시간 30분가량 두피를 진단한 뒤 샴푸 등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데 한약 처방이 있을 경우 비용은 70만~80만원을 호가한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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