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박지성 선수의 고향은 전남 고흥군 점암면 신안리 용강마을이다. 신안초등학교(현 점암초) 2학년 때 수원으로 이사 가 그 곳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경기지사로 있을 당시 마침 2002년 월드컵 4강신화가 있었고, 수원시 영통구 박 선수 자택을 방문한 손 지사는 ‘박지성로’(현 ‘동탄지성로’)를 만들기로 약속한다.이때의 인연으로 박 선수는 부모님과 함께 춘천에 칩거 중이던 손 대표를 여러 번 찾아간다. 박 선수 가족이 오면 손 대표는 자신이 기르던 닭을 삶아 대접했다. 베이징을 방문한 손 대표는 기자에게 “박 선수가 내가 내놓은 닭다리를 아마 세 번쯤 뜯었을 걸”이라며 웃었다.손 대표는 방중 직전, 중국의 유력한 차기 주자인 시진핑 부주석이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사실을 알아내곤 마침 한국에 와있는 박 선수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시 부주석에게 선물할 공을 하나 준비해 달라고 했다. 물론 사인도 부탁했다. 손 대표는 “시진핑을 어떻게 썼나 보니까 ‘바이스 프레지던트 시진핑’이라고 영어로 썼더라. 역시 ‘프리미어 리거’답더라”고 귀뜸했다.그는 시 부주석과의 면담 말미에 그 공을 전달했다. 역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면담이 예정시간 40분을 훌쩍 넘겨 65분간 이뤄진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기자단이 빠져나간 후 시 부주석은 “중국이 언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을지, 언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을지, 언제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라며 손 대표에게 부러움 섞인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손 대표는 “올해 중국 공산당 창건 90주년인데 100주년까지는 반드시 월드컵에 출전할 것이고, 멀지 않아 4강에도 들어갈 것이며 이른 시일 내에 직접 개최도 하게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배석한 김동철 비서실장은 “시 부주석이 민주당과의 각별한 관계를 얘기한 후 ‘민주당이 여당이건 야당이건 관계없이 장기적 관점에서 교류협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단어 한마디에 고도의 절제를 가하는 중국 지도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당이건 야당이건’이라는 표현은 손 대표에 대한 최고의 덕담이라는 게 송민순 의원 등 당내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역시 자리를 함께 한 최인기 의원은 “시 부주석이 손 대표가 얘기를 시작하자 십분 정도 메모 없이 쭉 듣고는 그 발언에 대해 일일이 코멘트했다”며 “대단히 성실하고 견실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피력했다.이번 면담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민감한 북한문제와 관련, 그간의 양국 지도자 간 의례적 화법을 ‘상당히’ 벗어났다는 점이다.손 대표는 시 부주석에게 “남북의 대화가 재개돼야 하고 6자회담이 다시 열려야 한다”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한·중 간 협조와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러자 시 부주석은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이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면서 “한반도 문제는 반드시 대화와 협상의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손 대표와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최근 ‘종북진보’ 논란으로 당내 비주류의 강력한 견제를 받던 손 대표 입장에선 시 부주석과의 진솔한 대화가 길어지면서 망외의 소득을 거뒀다는 평가다.양국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지역불균형 문제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시 부주석은 손 대표가 ‘지역불균형 대안 마련을 위해 (낙후된) 서부대개발 지역을 모레부터 방문하겠다’고 하자 “흔히들 중국을 방문하면 베이징과 상해만 참관하고 돌아가는데 그렇게 해선 중국 전체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는 손 대표의 전략적 안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치켜세웠다.일본과 중국을 무대로 처음 선보인 ‘손학규 외교’가 비교적 매끄럽게 마무리 되고 있다. 더불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이미지도 강화됐다.귀국하면 야권연대 및 통합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손 대표가 내놓을 또 다른 ‘축구공’엔 어떤 사인이 쓰여 질 지 궁금하다. (베이징에서)광남일보 국장 dw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광남-정치경제부 김대원 기자 dwk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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