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하정우는 1년 사이 부쩍 나이 들어 보였다. 피부는 거칠었고 눈 밑 주름도 깊어 보였다. 오랜 기간 타지에서 고생하고 온 사람처럼 고되 보였다. 11개월간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영화 한 편에 매달렸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화 서너 편을 찍을 시간인 11개월을 그가 투자해 완성한 작품은 나홍진 감독의 ‘황해’다. 하정우는 ‘추격자’의 나 감독. 김윤석과 다시 손을 잡고 무시무시한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영화 ‘황해’ 개봉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와 만난 하정우는 아직도 극중 캐릭터인 구남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황해’는 택시기사인 연변 남자가 한국으로 돈 벌러 갔다가 소식이 끊긴 아내를 되찾고 빚 갚을 돈을 벌기 위해 살인을 의뢰받은 뒤 황해를 건넌다는 이야기의 액션 스릴러다. 하정우는 돈을 벌기 위해 황해를 건너왔다가 자신이 저지르지 않는 살인 누명을 쓴 채 도망 다니는 연변 남자 구남 역을 맡았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추격자’ 촬영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처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홍진 감독이 영화 ‘대부’ 같은 남자들의 진한 이야기가 담긴 대서사시를 한번 해보고 싶다면서 같이 할 생각 있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때가 시작이었죠. 시나리오는 ‘보트’ 촬영 직전에 처음 받았어요. (김)윤석 형이 할 거란 얘기를 그때 듣고 같이 하기로 했죠.”촬영 과정이 힘들 것이란 예측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황해’를 완성하는 길은 무척 험난했다. 연변 사투리와 마작을 배우기 위해 3개월간 하루 4시간씩 연습했던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년간 로션도 바르지 않고 피부가 망가지도록 내버려뒀으며 험난한 산에서 구르고 얼음장 같은 겨울바다에 풍덩 빠지기도 했다. 영하 15도의 날씨에 건물 외벽 가스관을 타야 하는 고통도 감수해야 했다.
“영화 세 편을 찍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느샌가 촬영장에서 ‘이거 액션영화잖아’라는 혼잣말을 하기도 했죠. 생각보다 액션이 깊었어요.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이렇게 징글징글한 작품을 언제 또 만날까 싶어요. 제가 지금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 찍었습니다. 제 연기인생의 한 지점을 생각해볼 때 좋은 수업이 아니었나 싶어요.”영화 ‘황해’는 나홍진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이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추격자’와 자주 비교되는 작품이다. 쫓고 쫓기는 두 남자의 관계를 그렸다는 ‘추격자’의 또 다른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순제작비만 100억원 이상이 투입돼 더욱 기대를 모으는 부분도 있다. “영화 자체가 텍스트가 되고 교과서가 되는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하루 만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추격자’와 달리 2달의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이야기를 그려 ‘황해’는 드라마가 훨씬 탄탄할 것입니다. 11개월의 기간을 들인 건 나홍진 감독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적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어요. ‘황해’에는 또 가슴 아픈 감동이 있을 겁니다.”1년 가까이 ‘황해’에 매달리며 여자친구와 관계는 별 이상 없었을까. 올해 서른셋으로 결혼적령기에 이른 그는 종종 언제 웨딩마치를 울린 것인지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정우는 이에 대해 “서로 믿고 지켜주기 때문에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결혼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결혼보다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이달 말부터 그는 법정 스릴러 ‘의뢰인’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추격자’ ‘국가대표’ ‘황해’ 그리고 ‘의뢰인’으로 이어지는 하정우의 전력질주는 2011년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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