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발]'처음엔 배가 가라 앉는 줄 알아‥지옥같았다'

연평도 탈출 주민들 인천연안부두 도착...갑작스러운 포성에 필사적 탈출

23일 오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탈출한 주민들이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3일 오후 연평도 북한 포격 직후 연평도를 탈출한 주민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땅이 흔들리고 배가 출렁거려 죽는 줄 알았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 쯤 연평도 당섬 부두에서 포격이 시작된 후 출항한 코리아익스프레스호엔 300여명의 주민과 여행객들이 타고 있었다.이들은 급속 항진 끝에 오후 5시10분쯤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 아시아경제 기자와 만난 50대 여성(인천 만수동 거주)은 "연평도에서 일하고 있는 동생을 두고 와 너무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했다.그녀는 이날 동생도 만날 겸 연평도로 홀로 여행을 떠난 길이었다. 오후 2시 30분을 넘겨 배가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 도착할 즈음 갑자기 배가 우지끈 하며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배가 어딘가에 부딪힌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나와보니 저 멀리 건너편 마을에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겁이 덜컥난 사람들은 이내 육지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배에 올라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선착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급하게 탈출하느라 미처 아이들을 태우고 오지 못한 한 여성이 울면서 하소연하자 선장이 배를 돌려 선착장에 있던 아이들을 다시 태우고 오는 일도 있었다. 배를 타려다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배에서 떨어지기도 했다.20~30분 가량 배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계속 포성이 들렸다.그녀는 "지금도 심장이 떨려 도저히 못참겠다"며 "동생이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 계속 연락을 했는데 불통이다"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연평도에서 전기공사를 하던 이시우(50·인천 연수동)씨는 "처음엔 우리 군의 함포 사격인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마을 쪽에 7~8발의 폭탄이 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씨는 당시 연평도 전기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중 부둣가에 부품을 가지러 나온 차였다. 포격이 시작된 후 숙소로 대피하려했지만 다들 배에 그냥 타고 일단 육지로 피하자고 해 승선했다. 이 씨는 "아무것도 없이 맨 몸으로 그냥 배를 탔다"며 "포격이 이뤄지는 동안엔 지옥에 떨어진 심정이었다"고 말했다.이날 부두에는 급한 김에 아무것도 없이 지갑만 달랑 들고 배를 타고 탈출한 연평도 당섬 선착장 인근 주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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