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도쿄에서 만난 518엔짜리 가짜친구'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프렌치불독입니다. 못생겼지만 너무 귀엽죠?"새까만 강아지 한마리가 졸음에 겨운 눈을 억지로 떴다. 뚱한 표정이 매력적이다. "앵무새는 없나요?"도쿄를 거꾸로 뒤집어서 흔든다면, 와르르 쏟아지는 동물에 놀라게 될 거라고 했다. 얀 마텔의 '파이이야기'. 작가는 도쿄를 뒤집으면 보아뱀, 코모도드래곤, 악어, 피라냐 등이 우산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애완동물 천국 일본에서도 역시 대세는 개와 고양이다.
도쿄의 대형 펫숍(Pet shop)을 구경해보자. 먼저 유리카모메를 타고 오다이바의 아오미(靑海)역과 바로 연결된 비너스포트로 가봤다. 일본에서 펫숍 체인으로 유명한 펫 파라다이스, 펫 씨티 등이 입점해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20일에 펫스코도 오픈했으니 반려동물 용품 쇼핑을 한군데서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애조인들은 사실 그리 볼 게 없다. 일단 펫씨티는 새 모이나 횟대, 새장 정도의 필수 용품은 갖춰져 있다. 다만 개 용품이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실용적인 용품 위주다. 즉 디자인은 별로다. 규모는 좀 작지만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펫 파라다이스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앙증맞은 캐릭터가 그려져있고 색깔도 알록달록해서 정신을 쏙 빼놓는다. 강아지만 좋겠다. 실망한 기자에게 한 직원이 귀띔해준다. "아쿠아씨티에 가면 더 큰 펫숍이 있어요. 거기라면 있을지도 몰라요."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쇼핑몰로 향했다. 아쿠아씨티의 펫 플러스. 그나마 마음에 드는 펫 숍이다.
새 용품 코너로 직행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가짜 새 모양의 장난감(?)이다. 짝을 잃은, 사별한 앵무새를 위한 518엔짜리 가짜 친구다. 대개 상애가 좋은 앵무새 커플은 한 쪽이 죽으면 나머지 한 마리도 오래 살지 못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상실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아이디어상품인 셈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뚱뚱한 토끼들이 마른 풀을 오물거리며 먹고 있다. 바로 옆에 앵무새장이 있다. 딴청을 피우던 앵무새 한마리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새장 벽 쪽으로 가까이 온다. 창틀 사이로 발을 내민다. 악수를 했다. 순하고 귀여운 녀석이다. 직원이 "길이 잘 들어있어요. 성격도 좋고"라며 설명을 곁들인다. 앵무새는 칭찬을 마치 알아듣기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름이 아직 없단다. 데리고 가서 지어주란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펫숍 한 켠에 베이커리가 있다. 먹음직스러운 빵과 과자들이 진열돼 있다. 달콤한 향기도 솔솔. 개와 고양이 전용 간식을 파는 곳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케익에 뼈다귀모양 과자가 얹혀있다. HAPPY BIRTHDAY라고 써 있다. 미니 붕어빵 모양의 고양이 전용 간식도 맛있어 보인다. 아. 고양이 전용이다. 기자는 별, 동그라미 모양의 나무장난감이 붙어있는 그네를 몇 개 사들고 왔다. 기자네 집 앵무새들은 부지런히 그네를 망가뜨리고 구슬들을 물고 다니고 있다. 별로 고마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본시장부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