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삭감·인력감축등 경영효율화 진행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우리 스스로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만큼 남을 대접하라." 이수화 한국예탁결제원(KSD) 사장(사진)은 신년사를 통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을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고객만족을 위해 진심어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자는 당부다. 이는 취임 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이수화 사장의 경영 키워드다. 지난 2008년 8월 유가증권 발행 및 유통을 담당하는 중앙 예탁결제기관의 기관장으로 첫 출근을 하면서 그가 강조한 것도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였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이수화 사장은 "취임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게 바로 고객만족이었고 올해는 물론 물러날 때까지 이에 대한 강조를 계속하겠다"며 "기업 문화를 사장 한 사람이 완전히 바꿔놓을 수는 없겠지만 사장으로 있는 동안 직원의 10%라도 고객만족의 정신이 몸에 밴다면 웃으며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임한지 1년 5개월이 흘렀습니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26년을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항상 영업의 최전선에서 뛰었습니다. 총무나 인사같은 지원 업무(백 오피스) 경험이 없었지요. 우리 원이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만약 우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칠지를 실감하고 있지요. 취임 이후 한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크게 봐서 두 가지입니다. 먼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발맞추어 경영 효율화를 진행해 왔습니다. 임금을 삭감하고 정원을 줄이는 노력을 펼쳐왔지요. 다음은 고객만족과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 구축입니다. 전임 사장님들의 재직 시절부터 마스터플랜을 짜고 진행해 온 단기사채 제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 전자투표 등 여러 가지 작업들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지요. -올 해 '지속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모든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단기 사채제도와 전자투표제도 도입도 그 일환인가요 ▲기업들이 단기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던 어음 즉, CP를 대체하는 새로운 단기금융상품이 '단기사채'입니다. 실물로 발행ㆍ유통되던 기업어음과 달리 전자적 방법으로 발행되고 유통되는 단기사채 제도를 우리 원은 오는 2011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 이후 국공채와 회사채, 주식까지 전자적 발행을 확대할 계획이지요. 이렇게 되면 '전자증권화'가 이뤄지는 셈입니다. 단기사채 제도 외에도 우리 원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사업추진팀을 전략기획본부 내에 신설해 정보사업 진출검토, 장외파생상품시장 CCP 설립, 탄소배출권거래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의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취임 이후 변함없이 '고객 만족'을 강조하셨는데요.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요 ▲고객만족이라는 게 요즘은 굉장히 진부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객만족은 거창한 의미가 아닙니다. 후생복지도 좋고 급여도 괜찮은 한국예탁결 제원의 임직원들이 '내가 잘 먹고 잘 사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게 바로 우리의 고객이다'라고 진심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예탁결제원의 고객, 즉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들이 내는 수수료가 우리의 가장 큰 수익원임을 되새기며 고객을 따뜻하게 진심으로 대해달라는 것이지요. 고객만족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 직원 개개인의 마인드 세팅이 바뀌어야 실현 가능합니다. 타성에 젖은 사람들은 그런 마인드로 바뀌기가 쉽지 않겠지요. 책을 보고 강의를 들으며 고객만족을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우리 직원들이 제가 사장으로 있는 동안 10%라도 '고객 중심'의 마인드로 무장하게 된다면 저는 웃으면서 떠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발행회사들과 금융투자업계에서 '한국예탁결제원이 많이 달라졌다'라는 말이 많이 들립니다. 충분히 실감하시는지요 ▲실제로 변화의 조짐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장중심의 고객만족도 체크를 시작했고 올해도 꾸준히 해나갈 예정입니다. 제가 직접 우리 원의 주 고객 중 하나인 주식, 채권 발행회사의 과장ㆍ대리 등 실무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도 몇 번 가졌지요. 아직 바꿔나가야 할 것도 많습니다. 얼마 전에는 선물회사 사장단과 만나 그 분들이 우리 원에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뵙는 분도 많았는데 그 자리에서 제가 굉장히 공격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해나갈 일에 대해 말씀 드렸더니 "그런 얘기는 전임 사장들로부터도 여러 차례 들어왔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되겠느냐고 물으시더군요. 하지만 섭섭하게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 분들의 수수료 수준과 내용에 대한 지적이 합리적이었으니까요. 올 3월에 수수료 개편 추진 경과와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검토 중입니다. '예탁결제원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6년 이상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하시고 공공기관 수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그동안 마음 깊이 새긴 좌우명은 무엇인지요 ▲2008년 취임식 때 취임사에 이어 제가 하고 싶은 두 가지 말을 덧붙였습니다. '실사구시'와 '역지사지 '입니다. 은행에 있을 때도 똑같았습니다. 지금도 본부장들이 올해 어떤 어떤 일을 하겠다고 보고하면 저는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됩니까?'를 묻습니다. 또 월급을 받아가는 이상으로 조직에 기여해야 합니다. 퇴근길에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해보세요. 역지사지는 앞서도 언급했든 '입장을 바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는 의미이지요. 공기업 사장은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가 적은 일입니다. 은행에서 근무할 때는 매일매일 예금과 대출이 얼마씩 늘었는지 돈을 얼마나 벌어야 이번 달 목표를 달성하는지를 점검해야 했고 런던서 요구하는 컨퍼런스 콜에 뉴욕 2박3일 출장 등으로 항상 바빴으니까요. 사실 지금 굉장히 행복합니다. 대담=송광섭 증권부장, 정리=이솔 기자pinetree1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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