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두바이 개장일 왜 한 달 미뤄졌나?

'UAE 연방' 건국기념일 → '두바이' 통치자등극 4주년 기념일

1월 4일 두바이 통치자 등극 4주년 기념일에 개장하는 버즈두바이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두바이의 탑, 버즈두바이는 왜 1월 4일에 개장을 할까? 일단 1월 4일은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 알 막툼의 통치자 등극 4주년 기념일이다. 그런데... 버즈두바이의 개장일이 확정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11월 4일 버즈두바이의 발주업체 에마르 프라퍼티스의 모하메드 알라바르 회장은 당초 12월 2일(UAE 연방 건국기념일)에 개장할 예정이던 버즈 두바이가 셰이크 모하메드의 두바이 통치자 등극 4주년 기념일인 올해 1월 4일 개장할 것이라고 밝혔다.당시 알라바르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셰이크 모하메드의 통치자 등극 4주년 기념일에 세계 최고의 빌딩을 개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즈두바이는 셰이크 모하메드 통치자의 야심찬 비전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미리 예정했던 개장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장일을 한 달 더 연기한다는 발표에는 충분하지 않은 설명이었다. 더구나 알라바르 회장은 바로 전달인 10월까지만 해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버즈두바이가 UAE 연방 건국기념일인 12월 2일 공식 개장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800m가 넘는 세계 최고 버즈두바이 인근의 고층빌딩들은 그야말로 '난쟁이들'이다.

일각에서는 완공 마무리 작업에 시간이 더 필요해서 불가피하게 개장일을 한 달을 늦춘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9월 '두바이메트로'가 09년 09월 09일 오후 09시에 개통하면서 레드라인 29개 역사 가운데 겨우 10개만이 완공된 상태에서 개통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같은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버즈두바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UAE 연방 건국기념일(12월 2일) 개장에 맞춰 모든 개장준비를 마무리지어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특별히 개장을 연기할 이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마침 알라바르 회장이 버즈두바이의 새로운 개장일을 발표했던 11월 4일경은 UAE 연방정부와 두바이가 구제금융 지원여부를 두고 한창 협상을 벌이던 때다. 18일 뒤인 22일 셰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에 채권이 많았던 영국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고 왔다. 그리고 11월 24일, 아부다비는 두 개의 시중은행을 통해 50억 달러의 두바이 채권을 매입해 줬으며 다음날인 25일 두바이는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260억 달러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움(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다. 당시 두바이의 한 금융전문가는 "아부다비가 이왕 도와줄 것이었으면,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꼭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왕 지원할 것이었으면 왜 확실히 지원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개통한 '두바이메트로' 역사(驛舍) 너머로 1월 4일 개장예정인 두바이의 최대 역사(役事) '버즈두바이'가 보인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11월 25일 이후에도 긴장감은 계속됐다. 41억 달러 규모 나킬의 이슬람채권 만기일인 12월 14일, 두바이금융지원펀드에 10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결정을 전격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UAE 정부 관리들은 100억 달러 지원에 '합의'했다고 말해 아부다비와 두바이간의 모종의 협상이 있었음을 암시했다.특히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 "두바이가 내건 약속들을 검토한 후 언제 어디서 도울 것인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혀 '선별적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서방언론이 아부다비가 두바이를 지원하는데 있어서 지원자금과 함께 '보이지 않는 줄'(invisible string)도 따라들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한 마디로 형제간이라도 공짜는 없다는 의미다.결국 UAE 연방 건국기념일인 지난해 12월 2일 개장예정이던 버즈두바이는 해를 넘겨 셰이크 모하메드의 통치자 등극 4주년 기념일인 1월 4일 개장하게 됐다. UAE의 것으로 남으려다 두바이의 것으로 남게 된 버즈두바이(두바이의 탑)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두바이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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