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대유행, 당신 손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신종인플루엔자 감염자수가 10월 중순부터 11월말 사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 본다. 1주일에 2만 명 씩 환자가 생길 것이란 정부 시나리오도 있다. 그 때까지 우리는 백신이란 무기도 없이 이 질병과 정면승부 해야 한다. 상당량의 치료제가 확보돼 있으나 혼란을 가라앉히기 역부족일 듯하다. 앞으로 2∼3달이 고비가 될 신종플루. 이 고약한 질병을 한 때의 우려에 그치게 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신종플루 검사, 타미플루 처방에 집착하지 마라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종플루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8월 16∼22일 호흡기증상을 보인 사람 중, 신종플루로 확인된 사람은 4%였다. 나머지는 모두 일반 감기환자였다. 200명 표본조사 결과인 만큼 정확한 추세를 반영할 수 없지만,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감기증상=신종플루'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미다. 때문에 감기증상을 느낀 모든 사람이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게 본부 측 설명이다. 신종플루 검사가 개인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음을 두 가지 사례로 나눠 살펴보자. 우선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환자'이면서 감기증상이 생겼다 치자. 병원을 찾으니 의사가 신종플루를 의심했다. 의사는 대증요법을 시행한 후 집으로 돌려보낸다. 타미플루 처방도 없다. 환자가 고위험군이 아닌데다 폐렴 등 합병증 소견이 없기 때문이다. 환자의 요구로 검사가 의뢰된다. 검사결과는 최소한 1주일 쯤 기다려야 한다. 2∼3일 후 의사가 증상을 체크한다. 만일 증상이 사라졌다면 그걸로 끝이다. 차후 신종플루였음이 확인된다 해도 '자연치유'된 환자에게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열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악화되면 의사는 '폐렴 등 합병증 악화 우려 소견'으로 타미플루를 처방한다. 두번째는 만성질환이 있거나 소아, 임산부, 65세 이상 등 고위험군 경우다. 의사는 신종플루임이 확인되지 않아도 의심스러우면 바로 타미플루를 투여한다. 이 환자에게도 검사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타미플루 투여와 합병증 발생 관찰 등 진료행위는 검사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신종플루에 준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희진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를 하지 않으면 타미플루 처방이 늦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지난 사망례처럼 극단적인 경우를 확대해석한 결과"라며 "일반적으로 증상은 수일 만에 악화되지 않기 때문에 경과를 살피면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결정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집단발생이 우려될 때 격리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하는 게 검사의 기본 취지"라며 "개인적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검사가 남용돼, 시간만 오래 걸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렴백신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신종플루가 폐렴으로 연결될까 두려운 마음에,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폐렴백신 접종이 유행이라 한다. 때문에 시중 물량이 부족해 정작 맞아야 할 사람이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폐렴은 인플루엔자 감염을 앓은 후 생길 수 있으며 그 중 일부가 위중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백신을 접종한다. 정부는 고위험군에 한해 폐렴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공식 지침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고위험군이 아닌 학생이나 젊은 사람도 맞아서 손해 볼 건 없다. 하지만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의료진이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급히 진행되는 병이 아니므로 굳이 맞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사회적으로는 접종이 시급한 사람들을 위해 백신을 남겨둬야 할 필요성도 있다. 물론 폐렴백신은 신종플루 예방과는 상관이 없으며 모든 폐렴을 완벽히 예방해주지도 않는다. ◆계절독감백신을 꼭 맞자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신종플루 백신과 관계없이 계절독감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차후 신종플루 백신을 또 맞아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경우 이에 대한 지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 분위기로 봐선 10월초나 이르면 9월말부터 계절독감백신을 접종하라는 지침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 예년보다는 조금 이른 결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빨리 계절독감백신을 접종하면 신종플루 유행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효과도 기대된다. 어떤 종류의 독감이든 감염자가 적어야, 한 사람 안에서 두 가지 바이러스가 섞여 변종이 출현할 미미한 확률까지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계절독감과 신종플루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한 백신이 두 병을 모두 예방해주지 않는다. 계절독감백신 대부분은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중에 보급되지만 일부 제품은 지금도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백신 회사들이 신종플루 백신을 만드느라 계절독감백신 생산량을 줄여, 물량이 예년에 비해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약 1400만 도즈가 유통됐으나 올해는 1000만 도즈 수준이라고 업계는 전하고 있다.  ◆걸리지 마라, 퍼트리지 마라11월 말 쯤부터 첫 접종이 시작될 전망인 신종플루 백신은 3주 간격을 두고 두 번 접종한다. 예방효과는 두 번째 접종 후 2주 정도 후부터다. 즉 1월 정도는 돼야 사회적으로 백신의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하는 셈이다. 그 때까지 신종플루 대유행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모두를 돕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익히 알려진 대로 위생을 철저히 하고 의심되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간호해야 한다면 최대한 근접을 피한다. 가까운 접촉이란 보통 2m 이내를 말한다. 만일의 하나 병에 걸렸다면 퍼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며 외출을 삼간다. 기침이나 콧물을 깨끗이 처리한다.  이런 방법을 총동원해 신종플루 확산속도를 늦추며 백신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것만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다. 신종플루 대유행은 정부도 의사도 아닌 바로 당신 손에 달려있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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