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왼편을 끼고 자하문을 지나서 한적하고 예쁜 부암동 마을에 들어섰다. 최근 리모델링으로 새로 개관한 화랑까페 아트스페이스 스푼(ArtSpace Spoon)을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이진구 아트스페이스 스푼 대표는 이 화랑까페에 애착을 가지고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요즘 재미가 쏠쏠하다.
아트스페이스 스푼은 40년된 폐가를 화랑 겸 카페로 개조한 것이다. 슬래이트 지붕이 얹혀진 허름한 가정 주택을 증축해 연면적 230㎡, 지하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을 세웠다. 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완료해 지난 1월10일 가게를 열었다.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이 대표는 화랑사업을 하되 지속적으로 예술가들 그리고 방문객들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코자 했다.
문화예술인 마을로 회자되는 곳은 인사동이나 삼청동만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석 달 넘게 이곳에서 그림과 차를 팔면서 부암동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 대표는 부암동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처음 화랑까페사업을 시작하는데 다른 동네들의 경쟁력을 넘어설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부암동에 오길 잘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는 "인사동이나 삼청동은 이미 상업화돼 장터 분위기만 남아있는데 이곳은 조용하고 예술적 멋이 은근하다"고 자신의 동네를 자랑했다.
그렇다고 수익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암동은 주변시세가 저렴하고 경기를 잘 타지 않는 편이라 임차인에게는 최적의 문화사업지라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땅값은 3.3㎡당 800만원 수준이고 낡은 건물이 많아 리모델링 또는 신축하는 데 큰 장점이 있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아트스페이스 스푼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리모델링 비용은 총 4억6000만원 정도. 증축을 위해 쓰인 건축비와 내외장재, 냉난방시설, 조명 등의 인테리어 그리고 까페시설이 포함됐다. 그 중 인테리어 비용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그에게 이곳에서의 화랑사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었다. 수익은 작가들의 전시를 열어주고 판매를 하는 것으로 남기는 데 이를 작가 대 화랑대표가 각각 6대 4 비율로 나눠갖는다고 한다. 최근 그림가격은 50만원대부터 1000만원대에 책정됐다.
이 대표는 "화랑까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월평균 500만원 수준의 수익이 나온다"며 "앞으로 더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갤러리 운영도 활발해지면 투자 대비 수익이 더 클 것"이라고 자신했다.
더불어 주변에는 환기미술관, 자하미술관, 부암아트홀, 4평짜리 호기심 화랑 등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밀집돼있어 입지적으로 화랑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수익을 떠나서 이곳 화랑까페가 쏙 맘에 드는 점은 주변환경과 인심이었다.
특히 근방에는 서울성곽, 창의문(자하문), 인왕산, 북악산 등이 있어 공기좋고 운치있는 분위기가 살아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차가 많이 다니지 않고 새 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어 마치 고요한 별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지 않은 단점도 있지만 자가용으로 광화문까지 10분이 안 걸릴 정도로 도심과의 인접성이 좋다.
또한 토박이들이 많이 머무는 동네라 집을 사고 파는 것이 왕성한 곳이 아니라는 점이 흠일 수 있지만 70년대 인심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 근처 페인트가게를 갔을 때 모르고 돈을 가져가지 않았는데 4만원짜리 페인트를 그냥 외상으로 가져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동네 복덕방 주인과 친분이 쌓여 화랑까페 옆 전셋집을 구했다. 14평 규모로 보증금은 3000만원. 텃새 심한 곳이지만 인심 또한 후한 동네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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