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안볼 것처럼 으르릉~ 대는데, 저러다 진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KT-KTF 합병 추진을 둘러싸고 KT진영과 비(非) KT 진영간 공방이 격화되자 방송통신위원회 A 과장이 작심한 듯 쓴소리를 내뱉었다. "시장에서 기업간 경쟁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지난 1월20일 KT가 이사회를 열어 와의 합병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KT 진영과 비(非) KT 진영간 신경전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건설적인 논쟁은 온데 간 데 없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특히 기업의 '입'인 홍보팀간 설전(舌戰)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격해졌다. 와 홍보팀은 작심한 듯 상대편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양측간 대화 채널의 빗장까지 닫아버렸다. 한 통신사 홍보팀이 경쟁사 홍보팀의 자사 기자실 방문에 대해 낯을 붉히자 경쟁사 홍보팀이 "그래? 그렇다면 너희들도 우리 기자실 오지 말라"고 맞대응하면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전에도 라이벌 홍보팀간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격한 적은 없었다. 지금은 살기마저 느껴진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거칠어진 '입'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홍보팀에만 돌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KT-KTF 합병을 놓고 양사 수장들이 보여준 경직된 자세가 이같은 갈등의 본질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KT-KTF 합병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외치며 논의 자체를 차단했다. 이석채 KT 사장은 "합병이 뭐가 문제냐"며 경쟁사를 애써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방통위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시중 위원장은 KT 이석채 사장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띄우는 등 은근히 KT를 두둔하면서 비 KT진영을 자극했다.
"수장들이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입'들이 어찌 고상하게 말할 수 있겠냐"는 어느 홍보직원의 해명은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다. "원래 입이 거칠어서가 아니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고백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KT와 SK텔레콤은 한국의 통신시장이라는 수레를 한 바뀌씩 굴려가야 하는 경쟁자이자 파트너이다. "발전적이고 건전한 경쟁 환경이 조성된다면 입들은 한층 품격이 높아질 것"이라는 어느 홍보맨의 넋두리가 귓가를 맴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보과학부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