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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기아차 노조 손 들어준 대법원…재계 후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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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대법원 신의칙 기조 알아볼 잣대
진행 중인 재계 통상임금 소송 및 임금 협상에 영향
코로나 이어 기업 부담 가중…기업별·근로자별 형평성 논란도
앞선 노사합의 무색…노동계 소송 기조 강화될 듯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우수연 기자]대법원이 9년간 끌어온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데 있다.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소급해 근로자에게 지급하면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회사 측의 호소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노사 합의로 소송을 취하한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된다.


◆신의칙 엄격 적용된 선고=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배경에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법령에서 정한 대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논리가 있다. 즉 '실제로 회사가 힘든 상황인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여부다.


실제 대법원은 20일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및 통상임금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청구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1차 소송(2008~2011년 미지급분 소송 본소 기준) 청구금액은 570억원 규모로 지난 1ㆍ2심에 비해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차후 2ㆍ3차(2011~2017년 미지급분) 구간 소송이 진행되면 금액은 1000억원대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생산직 근로자의 정규 근무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중 10분에서 15분씩 부여되는 '휴게시간'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으로 본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규 근무시간 중 중식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이 8시간인 점에서, 단체협약과 근태관리규정은 휴게시간으로 책정된 시간 역시 근로시간인 것을 전제로 했다.


앞선 통상임금 1ㆍ2심 소송에서 법원은 700%에 달하는 기아차 근로자들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입장을 밝히며 노조 승소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심에서는 총 청구금액의 절반인 3126억원을 인정하며 지연 이자까지 포함해 422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는 통상임금으로 인정됐던 중식비와 일부 수당이 제외되며 인정 금액은 다소 줄었다.


◆통상임금 새 기준점 되나=이번 판결은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는 신의칙에 대한 대법원의 기조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새로운 임금 체계를 마련하는 기업들에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며 재계에 작지 않은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판결에서 대법원은 기아차에 신의칙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동종 업체인 한국GMㆍ쌍용자동차에 신의칙 원칙을 적용한 사례와는 상반되는 결정이다. 코로나19 등 기업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짐에도 실제 숫자로 나타나는 적자 기조가 아니면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9년만에 기아차 노조 손 들어준 대법원…재계 후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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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기업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GM과 쌍용차의 사례처럼 기업 실적에 따라 소송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심지어 기아차와 같은 계열사인 현대차는 시행 세칙 하나로 상반된 소송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두 달간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회사의 시행 세칙 때문에 상여금의 고정성이 부족하다는 해석으로 사측 승소 결과를 얻었다.


기존의 2심 판결 이후 노사 합의로 미지급 임금을 수령한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해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진 2심 선고 이후 기아차 노사는 별도의 합의를 통해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과 미지급금 합의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대부분 근로자는 소송을 취하하고 1인 평균 1900만원의 미지급금을 수령하며 사안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소송을 끝까지 취하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노사 합의의 의미가 퇴색했다. 이미 미지급금을 수령한 근로자들의 경우 돌이킬 수 없겠으나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노사 합의보다 소송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미 기아차 노조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미지급금을 하루빨리 지급하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 이번 1차 구간 소송 승소를 계기로 2ㆍ3차 소송까지 승소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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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노사 합의에 만족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그때마다 소송을 제기한다면 사실상 합의는 의미가 없다"며 "노사 관계의 발전과 근로자 간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넓은 의미의 신의칙 적용이 더욱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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