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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주식시장은 전 세계 경제 건강의 척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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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전쟁 후 시장 회복, 실물 회복 아냐
저축 넘치는데 투자처는 한정적
美 금융시장 불확실성…EU·아세안 육성 움직임

[SCMP 칼럼]주식시장은 전 세계 경제 건강의 척도가 아니다 앤서니 로울리 亞지역 경제 및 금융 전문 기자.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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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은 이미 지나간 것 같다. 미·중 무역 돌풍이 지나간 뒤 경제 기상계는 다시 '맑음'으로 설정된 것처럼 보인다. 시장의 움직임만 본다면 그렇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더는 세계 경제의 향방을 보여주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주식시장 육성에 주력한 선진 경제국들(그리고 점점 더 많은 신흥 경제국)은 괴물을 만들어냈다. 이 괴물은 자신을 먹여 살리는 손을 물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유입되는 신규 자금을 탐욕스럽게 삼켜야 한다. 신뢰를 만들고 또 무너뜨리는 변덕스러운 움직임을 통해서 말이다.


주요 주가지수는 대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 발언을 한 4월2일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미국과 거의 모든 국가 간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예고하는 듯했다. 과연 이 모든 것은 찻잔 속 폭풍에 불과했는가.


그렇지 않다. 수많은 펀드 매니저는 우리가 그 허구를 믿길 원한다. 이들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연금 기금과 생명보험 기여금, 뮤추얼 펀드를 통해 금융계 거장이 된 이들을 포함한다.


실제로는 의무적이거나 자발적인 저축 수단으로 납부하는 기여금은 오늘날 세수 총액에 맞먹을 정도로 커졌으며, 정부와 민간 투자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의 자금은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의 주가지수 움직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으로써 투자자와 소비자 심리뿐만 아니라 자본 투자, 국제 자본 흐름, 환율 변동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직면한 시장이 겉으론 태연해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위협은 실제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옆으로 치워져 있을 뿐이다. 9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이들 위로 언제든 '다모클레스의 검'이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만우절 위협 직후 한동안 주식 투자 열기가 가라앉았다. 포트폴리오 자금은 월가를 비롯한 미국에서 빠져나가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흐름은 빠르게 다시 세계 최대의 주식 및 채권시장인 미국으로 되돌아온 듯하다.


이에 대한 해답은 단순하나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전 세계 저축 기관이 투자 시장을 감당하기에 너무 비대해졌다는 점이다. 해결책은 시장을 더 키우거나 저축을 억제하고 소비를 장려하는 것이다.


전자가 더 수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대 경제학의 사고방식에도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경멸적인 의미로 '주식 숭배'라고 불리던 사고방식이 이제는 대중적인 주식 투자 수단과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태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자본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영향을 쉽게 떨치지 못할 것이다. 미국 국채를 필두로 금융시장이 국제 투자와 자본 조달의 중심지로 남아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이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달러의 미래는 말할 것도 없이, 미국 금융시장의 신뢰를 둘러싼 확실하고 광범위한 불확실성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에서 대체 자본시장을 서둘러 육성하려는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예컨대 유럽연합(EU)에서는 27개 회원국이 단일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소비자·투자자·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투자와 저축 등 자금이 EU 전역에 유입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경제 공동체는 상호 연결된 자본시장을 통해 더 큰 무역과 투자 흐름을 촉진하는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더 긴밀하고 유동성 있는 자본시장이 자금을 필요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으며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발전은 전 세계 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저수지'의 규모를 확대할 것이다. 현재는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유럽과 아시아로도 자금이 향하게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자금 대부분이 은행 제도권에 머무르거나, 아예 금융권 밖에서 투자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저축 자금을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투자로 연결하고, 동시에 시장의 안정성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전 세계 증시에 상장된 기업 또는 특수목적법인 수가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부는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투자 수요의 더 큰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는 세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이미 기록적인 수준인 정부 부채 급증을 뜻한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 기존 주식시장으로 세계 경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버려야 할 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충격 직후 외국 자본이 신흥국 시장에서 이탈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 시장은 2025년 1분기 9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전반적인 위험 선호 성향과 투자 심리가 현저히 위축됐음을 시사한다"고 IIF는 평가했다.


더 나아가 이는 현재 글로벌 자본 흐름이 펀드 운용 업계에 의해 과도하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에 만연한 '단기 성과 중심주의'에 의해 과도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함께 시사한다.


앤서니 로울리 아시아지역 경제·금융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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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No, stock markets are not a barometer of the world's economic health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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