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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의 유혹]⑤예방하려면… "학생선수 처벌 검토, 통계적 접근 필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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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승부조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처벌 강화'를 가장 많이 말한다. 빠른 효과가 기대되는 선택이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징계와 처벌이 외부에 주는 메시지도 간과하긴 어렵다"라고도 했다. 수위 높은 징계와 엄벌은 승부조작의 심각성을 관계자들에게 알려주는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승부조작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승부조작의 유혹]⑤예방하려면… "학생선수 처벌 검토, 통계적 접근 필요" 축구선수들 훈련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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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처벌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달영 변호사(LAW&S 스포츠문화법정책연구소 대표)는 특히 "승부조작에 가담한 초·중·고 선수들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초·중·고 선수들은 승부조작을 주도하거나 협력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우리 국민체육진흥법이 제14조의3에서 "운동경기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이를 어긴 선수 중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의 학생선수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토록 제47조와 제48조에 규정하고 있어서다.


2019년 8월 고등학교축구연맹전에서 3-0이던 경기가 3-4로 뒤집힌 천안 제일고와 서울 재현고의 승부조작 의혹, 지난달 23일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자기 진영에서 20분 이상 공을 돌린 연세대와 경기대의 경기는 학생선수 처벌 필요성 주장에 더 힘을 실었다. 체육계에선 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관계자들은 학원스포츠가 성적지상주의의 팽배로 늘 승부조작 시도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학생 선수들이 스마트폰 사용이 늘며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도 됐다. 어릴 때 한번 승부조작에 빠진 선수들은 성인이 되고 프로무대에 가서도 잘못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학계에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통계적 접근 등을 통해 승부조작의 단서를 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관련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창환 한국체대 박사는 2016년 10월 열린 '승부조작 탐지를 위한 통계적 접근' 학술대회에서 '벤포드의 법칙'을 이용해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경기를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관해 논문도 썼다. '벤포드의 법칙'은 미국의 물리학자 프랭크 벤포드가 1938년 정립했다. 10진법(각 자릿수를 0~9로 표시해 수를 나타내는 수 체계)으로 주로 이뤄진 데이터는 첫 자리 숫자가 1 또는 2등 특정 숫자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는 수학 이론이다. 흔히들 수치 자료에는 각 자리에 1부터 9까지 숫자가 11.1%씩 동등하게 분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첫 자릿수는 1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고 2~9는 그 빈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최 박사는 이 원리를 이용해 승부조작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배드민턴에서 1점을 따기 위해 발생하는 랠리, 태권도 한 경기에서 두 선수의 발차기 횟수, 야구에서 투수가 매 경기 기록한 볼넷·삼진 개수 등은 첫 자리에 1, 2 등 낮은 숫자가 나올 확률이 높고 이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면 승부조작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복식 경기에서 왕샤올리-위양(중국) 조가 유리한 준결승 대진을 위해 조별리그에서 정경은-김하나(한국) 조에 고의로 졌던 경기기록도 이 벤포드 법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최 박사는 소개했다.



장 변호사는 "그동안 문제의식 없이 자행된 사소한 것들부터 바꿔가야 한다"라고도 했다. 가령 신인 드래프트 제도가 있다. 현재 우리 남녀 프로농구, 남녀 프로배구는 전년 시즌에 낸 성적의 역순으로 하위 팀들에게 1순위 지명권 추첨에서 높은 확률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내년 신인 1순위 지명권을 얻기 위해 시즌을 사실상 포기하는 팀들도 있다. 선수, 감독들은 언론에 이러한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밝히는 경우도 있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현장에선 이러한 인식이 승부조작으로 직결될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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