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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의 유혹]③지인·혈연 얽힌 거미줄 조직… 끊기 힘든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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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최근 본지와 만나 2013년 3월 의정부지검에 있을 때 수사한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을 "신세계였다"고 회상했다. 이 사건은 강동희 전 감독이 연루돼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현역 프로감독이 승부조작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프로무대가 더 이상 승부조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경각심도 이 때 커졌다.


스포츠 베팅사이트의 화려함과 거대함에 우선 놀랐다. 류 감찰관은 당시 브로커들이 돈을 베팅한 것으로 의심되는 동남아(마카오), 유럽(영국) 등지의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접속해 내용을 확인했다. 사이트에는 전세계에서 열리는 종목별 프로리그 경기들이 소개돼 있고 돈을 걸 수 있는 목차들도 가지각색이었다. 승무패는 기본이고 첫 득점자, 첫 파울, 첫 3득점 선수 등이 있었다.

[승부조작의 유혹]③지인·혈연 얽힌 거미줄 조직… 끊기 힘든 굴레 영국의 대표적인 스포츠베팅사이트 'bet365' [사진=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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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의 유혹]③지인·혈연 얽힌 거미줄 조직… 끊기 힘든 굴레 마카오 스포츠 베팅 사이트 [사진=사이트 캡쳐]

다음은 조직이었다. 일당은 철저히 분업화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류 감찰관은 "당시 사건의 브로커들은 스포츠 베팅이 합법화된 유럽과 동남아 등의 사이트를 기반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며 "돈을 베팅해주는 전주가 있고 그를 따르는 브로커, 그 브로커는 지인들을 통해 감독, 선수들을 접촉해서 승부를 조작했다. 강 전 감독도 지인이었던 브로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응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강 전 감독은 당시 승부조작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원을 확정받고 만기 복역했다.


강 전 감독의 사건처럼,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승부조작은 대다수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마약, 보이스피싱 범죄에 버금갈 정도로 거미줄처럼 조직이 촘촘하다.


이지용 한국체대 교수 등은 2021년 한국체육측정평가학회에 실린 '토픽모델링을 적용한 스포츠 승부조작의 판례분석'에서 "조직형 승부조작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승부조작 유형으로 다수 판례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이러한 승부조작은 모두 스포츠 베팅과 깊게 연결돼 있다. 이 교수 등은 "선수 혹은 지도자가 외부와의 담합 없이 스스로 승부조작을 시도하는 판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승부조작의 유혹]③지인·혈연 얽힌 거미줄 조직… 끊기 힘든 굴레 승부조작 조직도. 스포츠 베팅에 돈을 대주는 전주를 시작으로 단계별 브로커들, 선수 또는 감독까지 조직은 촘촘하게 이어져서 나타난다. [그래픽=김형민 기자]

법조계는 승부조작을 제대로 근절하기 위해선 "브로커 일당을 일망타진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브로커와 선수, 지도자들은 대부분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함께 운동했거나 고향 선후배, 친척 등이 승부조작을 제의하면 선수, 지도자들은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조직 내 브로커들의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승부조작을 제의하는 브로커들은 전주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 스포츠 베팅에 나섰다가 실패해 돈을 잃고 빚을 진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들은 빚을 갚기 위해 전주 아래에서 브로커로 일한다. 그러다 스포츠 베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 선수나 지도자에게 접근해 일정 금액의 수당을 주고 승부를 조작하도록 유혹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진다.


승부조작 근절을 위한 정부와 스포츠계의 노력과 제도 개선은 매년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미심쩍다. 승부조작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2014년 정부는 승부조작을 입시비리, 폭행, 조직 사유화와 함께 '스포츠 4대 악(惡)'으로 지정하고 근절 의지를 보였다. 이후 스포츠공정위원회, 승부조작 근절 대책위원회 등을 설립해 운영했다. 2020년 8월에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세워져 활동 중이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종목별로 부정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종목별 연맹, 구단들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인식 교육도 실시하고 있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는 자체적으로 승부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장달영 변호사(LAW&S 스포츠문화법정책연구소 대표)는 "지금 우리 시스템은 인터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해외 승부조작 시스템과 비교해도 부족하지는 않다"면서도 "철저한 문제의식과 승부조작을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관련 기관들이 시스템을 잘 운영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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