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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적들⑬]1호 과제 '디지털 인재' 육성..관성과 결별해야

수정 2022.07.04 08:16입력 2022.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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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호의 ‘교육개혁’은 산업인재 육성과 규제 개혁에 방점이 찍혀있다. 반도체 인재난을 계기로 정권 초기부터 교육부는 윤 대통령에게 "스스로 경제부처로 생각하라"는 질책을 들었다. 그간 소홀했던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새 판을 짜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도체를 비롯해 AI(인공지능)·SW(소프트웨어) 인재난을 해소할 대안으로 꼽히는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은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다. 교육부는 디지털 100만인재 양성을 위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서 6만명, 대학 정규과정에서 23만명, 디지털 부트캠프 등을 통해 42만명, 민간·기업주도 직업훈련을 통해 29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육부는 하반기 중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산업·신기술 분야 인재 공급 확대를 위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첨단산업인재양성 특별팀을 꾸려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인재양성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력양성을 막는 규제개선에 착수하고 첨단분야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추가 대책도 하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달 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교육부를 찾아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면 돈을 퍼붓고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양성하는 전략이 가장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관련기사> '개혁의 적들'


[개혁의 적들⑬]1호 과제 '디지털 인재' 육성..관성과 결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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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3일 대학 총장들이 모인 하계총장세미나에서 "신기술 인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인재양성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정부까지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혁신하려는 노력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정부도 대학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규제가 만든 나비효과, 변화 거부하는 강의실

교육개혁의 주체는 교육부지만, 교육부의 규제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장을 만든다. 그동안 교육부가 최우선으로 주력해왔던 정책은 대학 정원 구조조정이었다. 반도체 업계는 꾸준히 수도권 대학에서의 정원 확대를 주장해왔지만 교육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편입학 여석 등의 범위 내에서만 첨단학과 늘리도록 허용하는 수준이었다. 정원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이라는 규제, 대학에서의 학과 이기주의, 학생들의 통폐합 반발 등이 맞물려 신산업 인재 양성에 필요한 정원을 확보하는 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지기가 어려웠다.


대학들이 외부 평가를 의식해 상위 대학들은 연구에 치중하면서 인력 양성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기업과 관련 계약학과를 운영하더라도 임시로 운영되는데다 학부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연구 실적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계약학과는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임시학과에 정규 교수를 선발하기가 어렵다"며 "주어진 교수 정원 내에서 교수를 선발하려면 타 학부 학과의 교수 정원을 줄일 수 밖에 없는데, 우리 대학의 현실상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대학들을 채찍질해 어렵게 줄인 정원을 반도체 등 신산업 인재 양성에 내놓더라도 대학들이 학과 설립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마저도 공염불이 되고 만다. 첨단학과를 설립하더라도 반도체나 AI 분야에서 우수한 교원을 확보할 재정적 여력도 없다. 서울 소재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으로 겨우 연명하면서 새로운 학과 등을 설립할 여력이 없다. AI 전담 교수 몸값이 일반 교수들의 연봉의 4배 수준이라 교수를 초빙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정원 풀어도...부처간 협업 필수

교육개혁의 주체인 교육부가 총대를 메더라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반도체 인재난 해소 방안 중 하나였던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는 수도권정비법에 발이 묶여있었다. 정원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인구유발시설에서 대학을 배제하고, 첨단분야 학과 정원을 총량에서 제외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영역이다.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를 빠르게 파악해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가인재양성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부처 간 협업도 필수다. 지금은 산업계에서 필요로하는 인재 수요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과기부는 반도체 인재 1500명, 산업부는 1900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업 인력이 부족하다지만 규제는 국토부에서 묶었던 것이고 범위 내에서 입학 정원을 늘려왔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첨단산업 인재 양성 정책을 놓고 지방대와의 형평성 문제나 학문 간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반대 목소리도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를 만들어도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최소 5~6년의 시간이 필요해 수요와 공급 불일치를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AI를 전공하는 한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굉장히 유행을 많이 좇는다. AI, 3D프린팅, 반도체 등 여러 분야가 들쭉날쭉하다. 산업 트렌드에 따라 학과도 구조조정이 일어나 이름이 바뀌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첨단분야에 한해 일반대학 온라인 학사학위과정을 도입하고, 마이크로 학위 같은 유연한 교육과정을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학사과정을 유연화하고 학과에 구애받지 않고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미래 융복합 혁신인재대학’도 선정하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AI와 소프트웨어, 반도체 분야에서 운영하는 1년짜리 단기 석사과정 등도 좋은 대안으로 꼽힌다.


◆재학생 활용하는 ‘운용의 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교 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교육부는 감축한 정원 중 8000명을 반도체 인재 양성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10년 간 구조조정 등을 통해 5만여명의 대학 입학 정원을 줄였다. 당장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더라도 수요에 맞는 인재를 즉각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갭을 메우는 방안이 ‘탄력적인 교육 체제’다.


재학생들에게 반도체 관련 교육과정을 선택전공 등으로 운영하도록 개설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새로운 학과 개설보다는 기존 교육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게 교과과정을 개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공과대학 내에 반도체 관련 전공에서 커리큘럼을 강화하거나 전공교수를 초빙하는 방식 등이 있다"고 제안했다.


[개혁의 적들⑬]1호 과제 '디지털 인재' 육성..관성과 결별해야

고급인재 배출을 위해서는 학·석사 통합과정 활용도 필수다. 이 과정에서 학사에서 석사로 진학한 학생은 석사 정원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 정원으로 인정하면 대학원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된다. 황홍규 한국과학기술대 겸임교수는 "대학원도 교수확보율 등 4대요건을 따지는데 이 기준이 학사보다 1.5배 더 높다"며 "학·석사 통합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을 별도 정원으로 관리하면 재정 수입 확대에도 보탬이 되고, 고급인력 양성에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계약학과도 전공이나 과정별로 운영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산학협력법에 따르면 ‘과정’단위로도 계약학과 개설이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반도체 전공이라는 계약학과 교육과정을 개설하게끔 허용하되 정부가 비용을 보조하면 지방 소재 반도체 기업들도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게 된다. 황 교수는 "반도체전공이라는 36학점 짜리 과정을 개설하고, 해당 과정을 이수하도록 운영하는 방식을 활용하되, 지방 기업들이 교육비나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려우니 정부와 기업이 함께 부담하면 소규모 인력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묵은 4대 요건 등 규제 해소, 기업과 협력도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한 규제완화도 동반돼야 한다. 학사 과정을 유연화하고 수업공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연내 중 4대 요건(교지·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연구를 진행중이다. 아울러 규제개선위원회를 법정위원회로 만들어 추가 규제개선 과제도 발굴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원장은 "디지털 100만 인재양성에 필요한 과제는 수요에 맞는 공급을 얼마나 갖추느냐다. 초중등부터 대학, 석·박사까지 과정에 맞춰 목표치를 설정해서 산업 현장에서 제시한 기준과 교육 시스템 상의 격차를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분야별, 영역별, 수준별 육성계획을 마련해서 각 분야에서 필요로하는 인재 수요에 대한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분야별로 균형을 갖춰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



대학 자체의 혁신과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기초학문을 탄탄히 다지되 산업 트렌드에 따라 응용학문에 집중 투자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민철 상명대 융합공과대학장은 "기초학문은 유행을 떠나 언제나 필요하고 신산업의 토대가 된다. 예상치 못한 미래에 발생할 기술 수요에 대비해 탄탄하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이 정말로 필요한 교육은 기업이 해결해야 한다. 기초를 갖춘 응용력·문제해결력이 탄탄한 인재를 대학이 키워낸다면 기업이 데려가서 수요에 맞는 추가 교육을 통해 인재를 완성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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