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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조세범죄 수사·처벌, 점점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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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조세범죄 수사·처벌, 점점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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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는 사람들은 검찰보다 국세청을 더 무서워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이 범죄를 저질러 수사나 기소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세금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안고 있는 리스크로서 늘 세무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래 국세청은 형사처벌보다는 세수의 확보를 목표로 세무조사에 의한 과세의 결정과 경정에 주력해 왔고, 반면 검찰은 뇌물, 횡령, 배임, 회계범죄 등에 중점을 둔 수사를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탈세 이슈는 부수적인 문제로 과세당국에서 처리할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자료상 같은 조세 질서범을 제외한 조세포탈 범죄 기소 건수도 2016년 169건, 2017년 233건, 2018년 172건, 2019년 112건, 2020년 124건, 2021년 55건으로 일 년에 100여 건 수준에 불과했다. 즉 조세포탈 범죄를 저질러도 대부분 세금만 추징당할 뿐이고, 기소돼 재판을 받은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검찰과 국세청 모두 조세범죄를 발본색원하는데 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이는 대한민국을 부정부패가 없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서 국가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작년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북부지검에 조세범죄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조세범죄조사부’를 각각 신설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대검찰청은 작년 9월 조세포탈범 죄를 포함한 국가재정범죄를 효율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국세청, 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국가재정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을 서울북부지검에 설치했다.


국세청도 중대 세금포탈에 대해서는 사법절차에 해당하는‘범칙조사’로 전환하고 있고, 2021년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범칙처분의 비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서는 등 매년 범칙처분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조세범처벌절차법의 개정으로 범칙처분 없이 세무조사를 종결하려면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 범칙처분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특히 국세청은 최근 들어 해외로 외화자금을 빼돌리고 국부유출을 고착화하는 역외탈세자 적발에 힘을 쏟고 있고, 작년 하반기 거액 역외탈세자 53명을 적발한 것을 비롯해 최근 3년간 역외탈세자 적발을 통해 4조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탈세사범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가 예고된 가운데 일선 로펌들이 잇따라 조세형사 대응팀을 발족하거나 확대 개편하는 등 방어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조세포탈이 적발되면 더 이상 기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제재가 가해진다. 뇌물, 횡령, 배임 등 부패범죄는 그 과정에서 또는 그 결과로서 조세범죄가 수반된다. 따라서 조세범죄만 철저하게 수사하더라도 부패범죄는 예방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등에서 입증이 어려운 뇌물죄 수사보다는 조세나 회계범죄 수사에 집중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수사 패러다임도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아울러 조세범죄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그동안 대형 탈세사건에서 무죄선고가 많았던 점을 감안해 검찰은 조세범죄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을 더 지속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들이 조세범죄에 대한 단속 강화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조세포탈은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다소 용인되는 범죄이고, 적발되더라도 사후에 세금만 내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앞으로는 탈세가 적발되면 세금 추징에서 끝나지 않고, 수사와 재판을 받고 무거운 형사처벌도 받게 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할 것이다.


기업 경영자들은 세금 문제를 기업 경영의 가장 중대한 법률리스크로 인식하고, 조세 및 법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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