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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설 곳 잃은 중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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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설 곳 잃은 중립정책 지난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이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신청서를 공개하고 있다. 이로서 핀란드는 74년만에, 스웨덴은 208년만에 중립정책을 포기했다. 브뤼셀(벨기에)=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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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핀란드와 스웨덴이 오랜 역사 동안 이어온 중립정책을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면서 유럽의 주요 중립국들 내에서도 중립정책 폐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가 양쪽으로 나뉘는 ‘신냉전’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중립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전쟁 상황에서의 무분별한 중립정책은 오히려 외세의 침략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은 우리 근대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러일전쟁 직전 국외중립을 선언했던 대한제국이 오히려 이 국외중립 선포로 인해 국권을 더욱 쉽게 피탈당했기 때문이다.


1904년 1월21일, 한반도에서 러시아와 일본 간 전운이 한창 감돌던 당시 대한제국은 전시 국외중립을 선포했다. 당시 열강들의 공사관은 대한제국의 중립선언문을 접수는 했지만, 어느 국가도 이 중립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당시 존 조던 주한영국공사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중립선언을 해도 러시아군이든, 일본군이든 개전시 수도를 먼저 점령하는 세력의 편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중립선언이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지킬 최소한의 무력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중립선언이 오히려 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러일전쟁 직전 대한제국은 러시아와 일본에 중립외교를 추진하면서 조정도 친러파와 친일파로 쪼개져 있었다. 친러파는 러시아 측에 일본과 개전시 대한제국이 러시아편을 들 것이라고 주장했고, 친일파는 일본편을 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개전 이후 대한제국이 중립을 선언하자 러시아와 일본은 모두 반발했다.


중립선언에 발목이 잡힌 대한제국은 오히려 최소한의 방어력도 동원할 수 없게 됐다. 2월8일 개전 이후 일본군이 한양으로 진격할 당시 한양에만 5000여명의 수비병력이 있었고, 전국에는 3만명의 수비병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립선언으로 수비병력은 동원되지 않았고, 일본군이 다음 날 한양에 무혈입성했다.


이후 일본의 강요로 한일의정서 체결이 공포되면서 대한제국은 러일전쟁에서 공식적으로 일본 편에 서게 됐다. 한일의정서에 따라 대한제국은 모든 군사작전 지역을 일본군에 넘겨주고 적극적인 물자지원까지 약속했다. 대한제국은 결국 스스로 중립선언을 어기고 말았고, 전국은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조던 공사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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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시금 세계가 두 패로 나뉘는 상황에서 중립정책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안보상황 속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할 입장에 놓인 우리 정부도 구한말 중립외교의 실패 사례를 곱씹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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