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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돈과 정보가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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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 공모에 사상 최대인 114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이전 기록을 30조원 이상 경신한 숫자다. 청약에 참여한 개인투자자 숫자는 442만명을 넘었다. LG에너지솔루션 뿐 아니다. 대어급 공모주 청약엔 수십조 원씩 몰리는 게 예사다. 청약에 참여하는 사람도 몇 백만 명이 기본이다.


몇 백만 명 청약의 바탕은 넓어진 투자 저변이다. 주식계좌 숫자는 5500만개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1년 동안 2000만개 가까이 늘었다. 2년간 늘어난 투자 인구만 1000만명은 된다고 한다. 투자연령층은 40~50대에서 2030세대, 심지어 미성년자까지 확대됐다.


너도나도 앞다퉈 청약에 나선 것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따상(공모가 대비 100% 상승 후 상한가)’을 기록하면 이론적으로 원금의 260%가 된다. 실제 해외 경쟁사와 비교해 볼 때 ‘따상’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따상’을 기록하면 한국 증시 2위 종목인 SK하이닉스(91조3000억원)의 2배 수준인 182조원이 된다.


공모주는 다른 위험자산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돈을 어지간히 넣어선 의미 있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1억원을 넣어야 7주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공모가가 30만원이니 210만원어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대대로 ‘따상’을 해서 원금의 260%가 되면 336만원(수수료 제외)의 수익이 난다.


열흘 남짓한 시간에 3%대 수익률이면 나쁘지 않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 기간 5대 은행에서만 6조원이 넘는 돈이 마이너스 통장 대출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예금 담보 대출, 보험 약관 대출 등을 합치면 10조원이 넘는 돈이 대출로 나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단숨에 시총 180조원이 넘는 회사가 되리라는 확신을 가진 투자자들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한 셈이다.


다만 투자의 세계에서 100%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도 나온다. 물론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종목은 어지간하면 상장 첫날 급등하기 마련이다. ‘따상’은 못 가더라도 수십 퍼센트 정도 수익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다 보니 주식에 첫 발을 디딘 투자자들은 시장을 쉽게 보게 된다. 리스크 관리도 없이 높은 수익을 좇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주식 초보자가 아니더라도 더 큰 돈만 있으면, 좀 더 빠른 정보만 있으면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한다. 본인이 돈을 못 버는 것은 돈과 정보가 많은 세력(?)들에 밀려서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돈과 정보는 투자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일 수 없다. 22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 상장사 횡령의 새역사를 쓴 이모씨는 동진쎄미켐과 엔씨소프트에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이씨가 두 종목에 투자한 시기를 보면 대형 호재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이씨는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고 나와야 했다. 두 종목 모두 이씨가 ‘손절’을 한 이후 주가가 올랐다.


혹자들은 주식을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매수와 매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견 맞는 말처럼 보인다. 문제는 주식의 고점과 저점을 정확히 맞추는 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란 점이다. 동진쎄미켐은 지난해 반도체 호황을 타고 10배나 주가가 오른 종목이다.



‘주식은 ‘타이밍’이 아니라 ‘타임’을 사는 것이다.‘ 공모주 열기에 후끈 달아오른 투자자들이라면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증시 격언이 아닐까 싶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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