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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금융정보분석원과 과세정보의 수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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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금융정보분석원과 과세정보의 수문장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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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생소하지만 과세 정보의 주요 제공자로 금융정보분석원(KoFIU)이 있다. KoFIU는 금융기관을 이용한 범죄 자금의 세탁 방지 등을 목적으로 특정금융정보법 제3조에 근거해 2011년 설립된 금융위원회 소속의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이다. KoFIU는 국내외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보고받는 정보가 하루에도 수십만 건에 달해 '정보의 보고(寶庫)'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국내 법집행기관의 요구에 의해 3만8023건의 금융정보를 제공했는데 국세청분이 3만6562건으로 96%를 차지한다. KoFIU 정보를 세무조사에 활용해 지난 5년간 추징한 세금은 연평균 2조4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세탁 방지기관의 조세 분야 기여도는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은 1920년대 미국 알 카포네 등 조직범죄자들이 도박ㆍ불법 주류판매 수입금을 이태리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의 합법적 현금수입으로 가장한 것에서 유래한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규범의 정립은 1989년 창설된 국제자금세탁 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FATF)가 담당하고 있다. FATF에는 우리나라, 미국 등 39개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 핵심적 권고사항이 금융정보분석기구의 설립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각국의 FIU가 설치되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비공식적인 에그몽 그룹(Egmont Group)이 결성되어 국제적 공조가 개시됐다. 국제협력의 일환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테러자금조달 억제, 국제조직범죄 방지 및 부패 방지를 위한 협약이 연이어 체결됐다.


각국의 FIU는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의심스러운 금융거래에 관한 보고를 받은 후 이를 분석하여 법집행기관이나 다른 국가의 FIU 등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각국의 FIU의 유형을 성격에 따라 구분하면 행정부형, 법집행기관형, 준사법기관형으로 대별된다. KoFIU는 미국 재무부 산하의 FinCEN(Financial Crime Enforcement Network), 일본 국가공안위원회 산하의 JAFIC(Japan Financial Intelligence Center)와 유사한 '행정부형'으로 분류된다. 행정부형은 금융기관과 법집행기관간 완충기구로서 금융기관의 협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oFIU는 현재 기획행정실, 심사분석실, 제도운영과, 심사운영1~3과의 2실 4과 조직을 갖추고 있고, 정보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정보분석심의회를 별도로 둔다. 심의회는 금융정보분석원장, 검찰에서 파견된 심사분석실장 및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판사 등 3인으로 구성된다. 금융회사는 KoFIU에 고액현금거래(Currency Transaction ReportㆍCTR)와 의심거래(Suspicious Transaction ReportㆍSTR)에 대한 정보 보고 의무를 부담한다. CTR은 1거래일 동안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입출금 거래로서 그 기준이 초기 5000만원에서, 2010년에는 2000만원, 작년에는 1000만원으로 낮춰져 왔다.


STR은 자금 세탁 등이 의심되는 불법 거래로서 초기에는 그 기준이 2000만원 이상이었으나 2010년에는 1000만원으로 됐다가 2013년에는 그 한도가 삭제됐다. 또한 작년에는 일정한 대부업자나 전자금융업자에게도 보고 의무가 확대됐다. 국세청은 2013년 이전에는 조세 형사사건에 대한 STR 정보만을 제공받았으나 그 이후부터는 일반 세무조사 용도로도 제공받고 있으며 CTR 정보도 포함됐다. 광대역 과세정보 제공의 시대다.


KoFIU와 국세청 간의 폭넓은 정보 공유가 세수 확보에 크게 기여하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FIU의 정보 제공은 범죄 관련성을 전제로 하는데 세무조사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자금 세탁 방지의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정상적 금융거래조차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서 파생되는 금융정보보호권이나 영장주의 원칙과의 관계를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금융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영장 발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과세행정 목적으로는 법원의 통제 없이도 용이하게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행정기관에 의한 편법적ㆍ무제한적 정보의 수집이 가능해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현행 금융거래 보고의 기준 금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도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나 KoFIU의 조직 및 인력을 법률로써 정하고 중립성을 제고하자는 제안도 일리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사적 정보의 유출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술적 측면에서의 보완은 물론 처벌 규정의 강화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정보의 비가역적 특성상 일단 제공이나 유출이 되면 어떠한 대책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된다. 과세정보 보물창고의 수문장인 KoFIU의 '정보 지킴이(gatekeeper)'로서의 역할도 기대해 본다.<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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