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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동물의 왕은 사자지만 최고의 경제석학은 하이에나

수정 2021.07.16 10:25입력 2021.07.16 10:25

이강원 동물경영학 박사 '동물 인문학'

[이종길의 가을귀]동물의 왕은 사자지만 최고의 경제석학은 하이에나 영화 '라이온 킹' 스틸 컷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1994)에서 하이에나는 하찮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왕위에 마음이 가 있는 사자 스카가 고기를 던져주자 허겁지겁 삼키기 바쁘다. 날카로운 이를 가졌지만 싸움 실력은 꽝이다. 스카가 공중에서 뛰어들자 세 마리가 나가떨어진다. 스카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노래한다.


"멧돼지처럼 미련하고 둔한 너희들/이번만은 정신 차려, 아주 중요한 일이야/멍청한 표정이군,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분명해/왕위 계승을 말하는 거야, 이제야 눈치챘나?" 하이에나들은 하나같이 충성을 다짐한다. "친한 자가 왕이 되면 정말 좋을 거야."

예부터 하이에나는 사자보다 열등한 동물로 인식됐다. 무리를 지칭하는 이름부터 차이가 난다. 사자는 자존심을 뜻하는 ‘프라이드(Pride)’로 멋이 뚝뚝 떨어진다. 하이에나는 사실적 면이 강조된 ‘클랜(Clan)’이다. 같은 조상에서 출발한 씨족공동체라는 의미다.


이들을 사자의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물의 왕이 되려면 체구가 크고 외모는 출중하고 목소리도 멋있어야 하는데 하이에나는 그렇지 않아서다. 하이에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대장 역할도 한다. 성체 암컷의 무게는 약 60㎏. 숫사자의 3분의 1, 암사자의 절반 정도다. 털이 많은 꼬리를 흔들며 낑낑거리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하이에나는 영리하다. 신체적 열세를 인정하고 다른 해결책을 찾을 줄 안다. 무리에서 떨어져 있거나 홀로 있는 사자를 집단 공격한다. 단순한 전술 같지만, 함부로 덤비는 법이 없다. 숫자가 우세해도 바로 윽박지르지 않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격한다. 희생을 줄이기 위해 전투력이 가장 약한 부분에 집중한다. 방어수단이 별로 없는 뒷다리 등 몸의 뒷부분이다. 날카로운 이와 강한 턱이 있는 얼굴이나 날카롭고 위력적인 앞발은 최대한 피하면서 약점을 파고든다.


[이종길의 가을귀]동물의 왕은 사자지만 최고의 경제석학은 하이에나


‘동물 인문학’은 동물이 인류 문명에 어떻게 공헌했는지 알아보는 인문교양서다. 저자인 이강원 동물경영학 박사는 하이에나를 ‘소비자 선택 이론의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표현한다. 한정된 소득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으려는 소비가 사자를 공격할 때 무리의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이에나가 경제학을 배운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소비자보다 합리적이다. 희생을 줄이기 위해 사자의 신체 부위 중 전투력이 가장 약한 부분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 사용 가능한 화력을 쏟아붓는다. (…) 상대의 강점을 피하며 약점을 파고드는 것은 군사 전략가들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도 유사한 전술을 구사했다. 1805년 아우스터리츠 전투가 대표적인 예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연합군의 중앙 진영이 약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과감하게 공격했다. 프랑스군의 급습으로 연합군은 중심부가 흔들려 전세를 역전당하고 말았다.


하이에나들은 후구(後軀)를 공격하기 전 사자의 신경부터 흐트러뜨리는 기만전술도 펼친다. 사자의 앞뒤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사자의 시선과 주의력은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도 1944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 비슷한 전술로 독일군의 관심을 분산했다. 노르망디에 상륙하기 전 프랑스 서북부 항구도시 셰르부르를 먼저 공격했다. 독일군이 이에 속아 군의 진영을 변경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전투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사자는 하이에나가 어디서 공격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때 하이에나는 공격을 개시한다. 사자의 후구는 찢어지고, 대지에는 사자의 피가 흥건하게 흐른다. 하이에나는 치악력이 매우 강하다. 이런 공격이 지속되면 아무리 사자라도 큰 부상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렇게 야생에서 당한 부상은 죽음으로 가는 고속열차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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