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지법 파산부 인력과 비슷
개원 시 '원정 회생' 수요 흡수
도산 사건 증가세…사건 늘 듯
"검증 시스템 허술해질 가능성"
업무 부담·심리 부실 등 우려
내달 개원하는 대구·광주·대전회생법원의 법관 인력이 기존 이 업무를 보던 지방법원의 파산부 소속 법관 인력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도산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회생법원의 업무부담은 물론, 장기적으로 심리 부실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
27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 달 1일 여는 광주회생법원에 배치된 법관은 총 6명(법원장 포함)으로 확정됐다. 이는 기존 광주지방법원 파산부 소속 법관 5명과 비교하면 1명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날 개원하는 대전회생법원은 대전지법 파산부 소속 법관 인원과 동일한 9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3일 여는 대구회생법원의 경우 대구지법 파산부 소속 법관(6명) 대비 3명 늘어난 9명으로 꾸려졌으나 법관 정원(11명)을 채우지 못했다.
도산 사건은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증가세다. 지난해 전체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14만9146건으로 전년(12만9499건) 대비 15% 늘었다. 개인파산 역시 같은 기간 4만104건에서 4만908건으로 2% 증가했다. 통상 회생법원이 개원하면 관할 지역이 늘어나고, 그간 서울로 향했던 '원정 회생' 수요까지 흡수하게 돼 신설되는 회생법원에 접수될 사건은 당분간 더 늘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법원 인력 배치는 재판부 단위로 이뤄진다. 법관 수가 부족하면 재판부 편성이 줄고, 이에 딸린 참여관(사무관)과 실무관(서기) 인력도 연쇄적으로 축소 배정될 수밖에 없다. 도산사건의 서류를 검토하고 보고서를 쓰는 역할을 맡는 회생위원, 관리위원, 조사위원도 마찬가지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A변호사는 "회생법원 개원과 함께 과거 일반 민사부에서 담당하던 회생·파산 관련 사건들 또한 대거 이송될 것"이라며 "민사 사건 전담 재판부가 별도로 필요할 만큼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판 심리의 질 저하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도산사건 전문 변호사는 "서류 검토 시간이 줄어들면 재산을 은닉한 '악성 채무자'를 걸러내지 못하거나, 반대로 구제가 절실한 서민의 사정을 살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인력난으로 검증 시스템이 허술해지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해 허위 서류를 조작하는 행위 등을 가려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법관 총 정원은 2014년 이후 10년 넘게 3214명으로 동결돼 왔으나 지난해 1월 시행된 개정 판사정원법에 따라 그해 90명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법관 총 정원 3584명으로 단계적 증원이 확정된 상태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부분의 증원 법관 인력이 재경지법에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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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시·도 단위의 소규모 회생법원 설립 방식도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사 1명이 재판을 담당하는 개인 도산사건은 많지만 기업 회생 등 규모가 큰 합의 사건(판사 3명이 심리하는 사건)은 지역별로 건수가 많지 않아 소규모 회생법원이 전문성을 쌓기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 간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한 것처럼, 회생법원 역시 권역별로 묶어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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