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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왜 미국은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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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D. 하텅·벤 프리먼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멈추지 못한 전쟁이 아니라, 멈출 생각을 하지 않게 된 세계
결단이 아니라 관성으로 굴러가는 美 전쟁 시스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계속 갱신되고 있을 뿐

전쟁은 언제나 '결정'처럼 말해진다. 누군가 시작했고, 누군가는 멈출 수 있을 것처럼. 개전과 종전, 승리와 패배는 정치 지도자의 결단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그런 언어가 점점 낯설어진다. 전쟁은 결단의 결과라기보다, 한 번 가동되면 스스로를 유지하는 구조, 다시 말해 시스템의 관성에 더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 어때]왜 미국은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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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는 나라다. 국방 예산은 해마다 기록을 경신한다. 여기에 국토안보, 보훈, 과거 전쟁의 이자 비용까지 더하면 '안보'라는 이름으로 흘러가는 자금은 이미 하나의 산업 규모가 된다. 이 책이 집요하게 보여주는 것은 그 숫자 자체보다, 숫자가 흘러가는 경로다. 군과 의회, 방산 기업, 로비스트, 싱크탱크, 언론, 대학이 촘촘히 얽힌 네트워크 속에서 전쟁은 비상 상황이 아니라 상시 상태로 관리된다.


저자는 '군산복합체'라는 오래된 개념을 다시 불러오지만, 그것을 낡은 비판 구호로 쓰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생활 세계처럼 묘사한다. 퇴임한 장군이 방산 기업의 이사회로 이동하고, 방산 기업은 다시 의회의 예산 결정을 설득한다. 전직 고위 관료는 로비스트가 되고, 로비스트는 정책 보고서를 만든다. 이른바 회전문 구조다. 이 구조의 문제는 단순한 이해충돌을 넘어선다.


한 번 시작된 정책과 사업이 실패로 판명돼도, 그 실패를 바로잡을 유인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형 무기 체계가 예산을 초과하고 성능 미달로 드러나도 사업은 중단되지 않는다. 관련자 대부분이 이미 다른 자리로 이동했거나, 다음 계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는 책임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다음 예산을 설명하는 근거로 전환된다. 방산업체들이 해마다 막대한 자금을 로비에 쓰고, 의원 한 명당 여러 명의 로비스트가 붙어 움직이는 풍경도 이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퇴역한 고위 장성들이 방산업계나 금융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 역시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 책이 특히 현재형으로 다가오는 지점은, 이 전쟁 기계에 실리콘밸리가 결합하는 순간이다. 전쟁은 더 이상 철강과 화약의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위성 기술, 자율무기, 감시 시스템이 전장의 핵심 요소가 된다. 기술 기업들은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전장은 첨단 기술의 시험장이 된다. 일부 창업자들은 기존 방산업체를 낡은 하드웨어 산업으로 규정하며, 자신들을 '민주주의의 병기창을 다시 열 혁신가'로 부른다. 하지만 이 경쟁은 기존 업체의 몫을 빼앗는 싸움이라기보다, 국방 예산 자체를 키워 양쪽 모두가 살아남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쟁의 얼굴만 달라졌을 뿐, 구조는 유지된다.


AI와 자동화 기술은 전쟁을 더 정밀하게 만드는 동시에, 책임의 위치를 흐린다. 잘못된 판단은 시스템 오류로 환원되고, 결정권자는 화면 뒤로 물러난다. 실리콘밸리의 논리는 여기서 군산복합체의 오래된 관성과 만난다.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업데이트와 개선이라는 말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전쟁은 끝내야 할 사건이 아니라, 계속 관리하고 개선해야 할 프로젝트가 된다.


기술의 개입은 전쟁의 감각도 바꾼다. 병력 손실이 줄어들수록 정치적 부담은 낮아지고, 전쟁은 더 쉽게 선택된다. 무인기와 AI 시스템은 살상과 파괴를 화면 속 데이터로 치환한다. 전쟁은 점점 멀어지고, 조용해지며, 일상에서 지워진다. 그 결과 전쟁은 반드시 끝내야 할 사건이 아니라, 유지·관리되는 상태로 남는다. 무기는 소모되고, 다시 주문이 들어오며, 예산은 매년 갱신된다. 전쟁은 종결이 아니라 업데이트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가 특정 정권의 산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는다. 전쟁 기계는 정권 교체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집권하든, 예산은 늘었고 해외 군사 개입은 이어졌다. 이 점에서 전쟁은 정치적 선택이기보다 정치의 조건에 가깝다. "왜 멈추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은, 사실 "누가 멈출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읽다 보면 불편해진다. 이 구조가 미국만의 문제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이 있었다. 그 돈이면 미국 사회의 다른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계산이 함께 따라온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우리의 안보 선택은 어디까지 자율적인가. 방위비 분담, 무기 도입, 군사 기술 의존은 어느 순간 하나의 시스템에 편입되는 과정은 아닐까.


저자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전쟁이 어떤 말로 설명돼 왔고, 어떤 경로를 따라 유지돼 왔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책을 덮고 나면 전쟁을 둘러싼 단어들이 조금 달리 들린다. 결정이나 책임, 종결 같은 말들이 실제로 무엇을 가리고 있었는지도 함께 떠오른다. 전쟁은 멈추지 못한 사건이라기보다, 굳이 멈출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더 가까웠던 것은 아닐까. 그런 감각이 마지막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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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 백우진 옮김 | 부키 | 425쪽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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