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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원 탈루'에 소액주주 뿔났다…대한제분 오너리스크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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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 창사 74년만에 최대 위기
공정위 담합 과징금에 1200억 탈루 혐의
오너일가 옥상옥 지배구조 불법 장기 방치

대한제분이 창사 7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6조원대 밀가루 가격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이 예고된 데다, 국세청은 명예회장 장례 비용과 오너 일가 소유 차량 수리비가 회사 자금으로 처리된 정황을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논란은 밀가루 가격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같은 위기의 이면에는 상장사 위에 오너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가 자리한 이른바 '옥상옥' 지배구조가 꼽힌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의 최대주주는 지분 27.82%를 보유한 디앤비컴퍼니다. 1970년 2월 설립된 이 회사는 고(故) 이종각 명예회장이 세운 오너 일가 핵심 법인이다. 2014년 '자회사 주식 취득·소유를 통한 지배·경영지도'와 '자회사 자금·업무 지원'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 기능을 공식화했다.



'1200억원 탈루'에 소액주주 뿔났다…대한제분 오너리스크 점화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돼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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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 지배구조…비상장 지주사가 정점

디앤비컴퍼니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지분의 84.01%는 장녀 이혜영 하림장학재단 이사장(21.6%)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대한제분 지분 0.99%를 직접 들고 있으며, 하림장학재단을 통해 4.99%를 추가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지주사와 공익재단을 축으로 지배력이 형성된 구조다.


등기부등본상 영향력도 분명하다. 이 이사장은 1993년부터 디앤비컴퍼니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대표는 이종민 대한제분 부회장이 맡고 있고, 사내이사에는 한붕희 대한제분 경영지원실장이 이름을 올렸다. 감사는 이 명예회장의 차녀 이소영 씨다. 오너 일가가 지배 정점의 의사결정 구조를 장기간 유지해온 것이다.


반면 대한제분의 경영은 남동생들이 맡고 있다. 장남 이건영 회장은 지분 7.0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으며, 차남 이재영 부사장도 2.32%를 들고 있다. 소유의 무게 중심은 누나, 경영의 중심은 남동생이라는 구도다.


'1200억원 탈루'에 소액주주 뿔났다…대한제분 오너리스크 점화

이같은 지배구조는 장기간 가격 담합과 같은 불법을 방치하면서 사법리스크로 이어진 모습이다. 제분시장 점유율 1위인 대한제분은 2019년부터 6년간 다른 제분 업체들과 '사다리 타기'를 통해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하는 식으로 담합해 수년간 제품 가격을 44.5% 올린 혐의로 연초 기소됐다.


또 다른 담합 참여 업체들과 거짓 계산서를 수수하는 방식으로 원재료 매입 단가를 조작했고, 담합으로 거둔 이익 약 800억원은 축소 신고한 것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또 사주 일가에 인건비 약 70억원을 과다 지급하고, 사주 일가의 장례비와 사주 소유 고급 스포츠카의 수리비와 유지 관리비를 회삿돈으로 대납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이는 배임·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


이건영 회장 14년의 성적표…"외형은 두 배, 수익성은 후퇴"

이건영 회장은 2009년 부친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010년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8년 회장에 취임했다. 이건영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대한제분의 외형은 확대됐다.


매출은 2011년 7517억원에서 지난해 1조3751억원으로 약 두 배 늘었다. 자산도 8451억원대에서 1조5360억원으로 확대됐다. 2022년 밀가루 가격 인상 국면에서는 소맥분 식품 부문 매출이 4627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2011년 574억원에서 지난해 622억원으로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14년간 매출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이익은 48억원 남짓 늘어난 셈이다. 외형 확대에 비해 이익 체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소액주주들이 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목소리를 키우는 배경이다.


자산 구성의 변화도 눈에 띈다. 2011년 36% 수준이던 금융성 자산 비중은 지난해 3분기 45%까지 상승했다. 단기금융상품·펀드·신종자본증권 등 금융자산 운용이 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제조 설비 확장보다 재무적 안전판 확보에 무게를 둔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추진됐다. 펫푸드(우리와), 외식(보나비), 조사료·하역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3년까지는 소맥분(42%)과 사료(48%)가 매출을 양분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소맥분 33.8%·사료 41.3%·반려동물 6.8%·조사료·하역 8.7%·외식 7.2% 등으로 분산됐다. 그럼에도 제분·사료 비중은 여전히 75%를 웃돈다. 본업에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룹 전반이 동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보나비, 완전 자본잠식…"계속기업 의문"
'1200억원 탈루'에 소액주주 뿔났다…대한제분 오너리스크 점화

외식 계열사 보나비의 재무 상태는 특히 취약하다. 대한제분은 2012년 호텔신라로부터 보나비를 302억원에 인수하며 식음료 사업에 진출했다. 보나비는 카페 '아티제'와 멕시칸 푸드 브랜드 '쿠차라'를 운영한다.


매출은 2012년 359억원에서 2022년 1037억원으로 늘었고, 매장 수도 20개에서 55개 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2023년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2024년에는 984억원으로 다시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2024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93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누적 결손금은 360억원을 넘어섰다. 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존재한다고 명시됐다. 외형 확장이 수익 기반 강화로 이어지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제분은 농협은행 차입과 관련해 33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모회사 신용이 사실상 버팀목이 되는 셈이다.


펫푸드 계열사 우리와 역시 실적 부침을 겪었다. 2019년 매출 929억원, 영업이익 5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919억원, 영업이익 4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재무 부담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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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말 기준 부채총계는 714억원, 부채비율은 247%에 달한다. 단기차입금만 503억원이다. 대한제분은 NH농협은행 운영자금 대출 448억원에 대해 492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모회사 지원이 약화할 경우 재무 리스크가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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