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후 규제 논의 급가속
임사 대출 중 아파트 비중 10%…개인은 '갭투자' 많아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다주택자 대출 규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당국이 이에 맞춰 대책을 구체화하는 흐름이 이어지자, 충분한 실태 파악 없이 정책 방향이 먼저 설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속도감 있는 대책 마련과 함께 실효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교한 정책 설계를 요구받는 상황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의 다주택자 대출 규제 논의는 대통령의 공개 발언 이후 속도와 강도가 동시에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설 연휴 직전인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문제를 제기하자, 금융당국은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해 연간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 규제 강화를 검토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20일 다시 "왜 RTI 규제만 검토하느냐.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대출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라고 밝히면서 논의는 대출 만기 연장 제한으로 확대됐다. 대통령의 추가 발언을 계기고 규제 범위가 한층 넓어진 셈이다.
금융위는 현재 서울·수도권 등 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개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해 대출 만기 연장 시 신규 대출과 동일하게 담보인정비율(LTV) 0%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임대사업자 대출은 만기 도래 시 관행적으로 연장돼왔는데, 앞으로는 대출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지방 부동산과 다세대 주택까지는 규제를 일괄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SNS에 관련 메시지를 올리면 당국이 의중을 파악해 대책 검토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사실상 세부 방향까지 제시되는 상황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규제가 설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금융권 전반의 다주택자 대출 현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 방향이 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가 신규 대출을 받을 때는 보유 주택 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후 추가로 주택을 매입한 경우에는 해당 정보가 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는 다주택자 관련 대출 규모를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의 정보 공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영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전날 금융위는 다주택자 대출 규제 관련 3차 회의를 열어 현황을 점검했는데, 5대 은행의 임대사업자대출 잔액 약 15조원 가운데 아파트 담보 대출은 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다주택자의 경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규제지역 아파트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흔해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대출의 상당수가 30년 이상 장기 분할상환 구조란 점을 감안하면, 대출을 즉시 회수하더라도 단기적인 부동산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대출 회수가 규제지역 아파트 매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임차인 거주 불안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이에 금융당국은 세입자 퇴거 시점까지 대출 회수를 유예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다주택자들이 자금 압박을 받을 경우 규제지역 아파트보다 지방 주택을 우선 처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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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시장 안정 효과와 임차인 보호 방안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이번 주로 예정됐던 발표는 실태 점검과 세부 대책 수립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정이 늦춰졌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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