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고유 권한 회복해야"
행정부 견제·감독 기능 무너져
보수파 고서치 대법관의 일침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은 의회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다. 이는 단순한 사법적 판단이 아니다. 과세 권한을 가진 입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지난해 백악관이 전례 없는 보호무역 정책을 강행할 때 입법부가 과세 권한을 넘겨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책 혼란과 법적 충돌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20일 연방대법원의 '6대 3 판결'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입법부가 '지갑의 힘(power of the purse)'이라 불리는 예산 배정권을 가진 헌법상 주체로서 존재감을 회복하라고 사실상 촉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의회는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통령이 관세를 지키고 싶다면 반드시 의회와 협력하라고 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설득이 필요할 것이다. 판결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와 사법부의 판단을 일축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법적 근거에 따라 부과한 일부 관세는 법원에서 무효화되지 않았다며 '무역법 제122조'를 활용해 다른 관세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조항은 대통령에게 최대 15% 관세를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만, 적용 기간은 150일로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보다 더 유지하길 원한다면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인 입법 해법이 성립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은 따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의회 역시 존중해야 할 독립된 헌법 기관'이라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을 받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나는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다"며 "나는 항상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었다"고 완강하게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의회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세 정책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세를 막기 위해 표를 모을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대법원 판결 이후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향후 몇 주 안에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가 최선의 경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도 관세를 두고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고 해외 경쟁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한정돼야 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대법관 대다수는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무제한적으로 비상 관세를 부과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의회와 협력하는 한 완전히 선택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회에 상기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직접 임명한 보수파 닐 고서치 대법관은 이날 판결문에 첨부한 보충 의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내 마가(MAGA) 진영을 겨냥한 듯한 어조를 취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국가가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결정이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세금과 관세를 납부할 의무를 포함해 미국 국민의 권리와 책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은, 이유가 있기에 입법 절차를 거친다"고 강조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또 "입법은 어렵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긴급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회를 우회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주의자'라는 그의 명성처럼 "입법 과정이 숙의를 전제로 설계된 것은 의도된 구조"라며 "국가는 이를 통해 특정 파벌이나 개인의 판단이 아닌,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의 집합적 지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네브래스카주 출신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은 고서치 대법관의 해당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정확한 표현"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 중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다른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미국인의 60%가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기간 의회를 사실상 장악해왔고, 그 결과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다.
지난 13개월 동안 의회는 행정부 견제에서 사실상 손을 놨었다. 대통령이 의회가 배정한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삭감하고, 의회가 설립한 '케네디 센터'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며,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 기관들을 해체하는 동안에도 의원들은 침묵했다. 대통령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 비상 선언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도록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승인되지 않은 사안에 예산을 집행하는 동안에도 의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자금 100억달러를 자신이 통제하는 '평화위원회'로 옮겼다.
의회가 가진 감독 기능도 무너졌다. 대통령이 의회가 독립적인 위원회를 거쳐 임명한 인사들을 해임하고, 외국 정부로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선물을 수수하며, 이해충돌이 얽힌 사업 거래를 진행하고, 연방 감시·감독 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을 사실상 방치했다.
미국 헌법의 기초를 닦은 건국의 아버지들은 의회를 행정부와 단순히 동등한 기관으로 두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의회를 '제1의 기관'으로 두려 했다. 이는 의회가 국민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다. 의회는 국민의 가치와 이해를 보다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의미다.
이번 판결은 의회에 '리셋 버튼'을 누를 기회를 제공했다. 의원들이 스스로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헌법적 권위를 지키기 위해 법원이 대신 나서야 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기회를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이제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는 우리가 맡겠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마리 앨런 클라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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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e Supreme Court Just Did Congress' Job on Tariff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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