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주도 '비전 2030' 이후
사우디 사회 분위기 변화
젊은층 중심 데이팅 앱 이용 증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만남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남녀 분리를 강조해온 보수적 사회였지만,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경제·사회 개혁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연애 문화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젊은이들이 엄격한 도덕규범 완화 속에서 새로운 연애 문화를 탐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젊은 층 사이에서 데이팅앱 틴더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얼굴 대신 꽃이나 커피, 여행지 풍경 사진을 올리거나 자기소개란에 이모지 하나만 남기는 식으로 관계의 성격을 암시한다. 남성은 토브와 슈막, 여성은 아바야와 히잡을 착용한 전통 의상 차림의 사진을 게시하는 사례도 있다. 여전히 노출을 최소화하는 신중한 방식이 주를 이루지만, WSJ은 이를 사우디의 점진적 변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한 20대 중반 여성의 프로필에는 그녀의 손톱을 예쁘게 손질한 손에 꽃, 말차 라떼, 테니스 코트, 그리고 예술 작품 사진이 담겨 있었다. 정작 본인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또 그녀의 자기소개에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파트너를 찾습니다"라며 "재미있고 짧은 만남을 원하신다면 왼쪽으로 스와이프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사우디서 데이팅 앱 매출 231억원
과거 사우디에서 젊은 남녀의 만남은 대부분 결혼을 전제로 부모나 친인척이 주선으로 이뤄졌다. 공개적인 교제는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다. 비밀리에 만남이 이어지는 사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거리 순찰을 하던 종교경찰에 적발될 경우 제재를 받을 위험이 컸다. 남녀 교제와 성 문제에 대해 엄격한 사회적·제도적 통제가 뒤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사우디 젊은 층 사이에서는 데이팅 앱 이용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주요 매칭 앱의 순 인앱 매출은 약 1600만달러(231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약 3500만명 규모의 사우디에서 상위 데이팅 앱 다운로드는 5년 연속 증가해 2025년 350만건에 이르렀다.
특히 리야드와 제다 등 비교적 개방적인 사우디 도시의 카페에서는 젊은 남녀가 교제하는 모습도 늘고 있다. 다만 공개적으로 데이트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제한적인 만큼 일부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카페를 찾거나 차 안에서 은밀히 만남을 이어가기도 한다.
'비전 2030' 이후 사회 분위기 변화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의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광객과 해외 전문 인력을 유치하는 한편 석유 의존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7년 이후 종교경찰 권한은 축소됐고, 여성 운전 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식당과 카페의 성별 분리도 완화됐다. 영화관과 음악 행사도 허용됐고, 최근에는 주류 관련 규제도 일부 완화됐다. 과거 밸런타인데이 관련 상품 판매를 단속하던 분위기와 달리 이제는 연인 간 선물 교환과 호텔 패키지 홍보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보수적 분위기는 남아 있다. 여성과 동성애 이용자는 여전히 낙인을 우려해 얼굴을 가리거나 사진을 게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남성은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여성과의 결혼을 꺼리기도 한다. 사우디 동부 출신 23세 탈라 알아르파지는 "우리 세대는 성별이 분리된 학교에서 자랐다"며 "데이트라는 개념에 아직 적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샤리아 기반 사법 체계는 여전히 혼외 성관계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 WSJ은 "최근 처벌이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태형이나 징역, 심지어 사형 선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미국 툴레인대의 앤드루 레버 교수는 "사회적 변화는 법적으로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며 "실제로 용인되는 범위가 법적으로 보장된 범위보다 훨씬 넓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의 필리프 탈만 연구원은 "위에서부터 빠르게 진행되는 변화는 복잡한 과정"이라며 "데이팅 앱은 그 전환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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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르파지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며 "일부 보수적 가정은 국가의 통제가 완화되자 오히려 더 엄격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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