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희비 속 근로소득세 70조 눈앞
월급쟁이는 봉이냐 불만…국세·과태료 체납 회수율은 절반
상반기 체납과 전쟁…하반기 조세 형평 공론화 기대
이경호 경제부장
해마다 2월이면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연말정산 환급금을 '13월의 보너스'로 받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추가 납부에 '생돈'을 뺏기는 기분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인의 감정을 넘어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은 더욱 냉정하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약 68조4000억원.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대에서 18%대로 치솟았다. 기업 실적에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와 달리 월급에서 꼬박꼬박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는 국가의 가장 안정적인 '효자 세원'이 된 셈이다.
조세의 대원칙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근로자 3명 중 1명(33%)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인 반면, 상위 12%의 고소득 근로자가 전체 소득세의 76%를 짊어지고 있다.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은 제자리인데 누진세 구조 탓에 세금만 늘어나는 상황은 성실 납세자들을 '봉'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가 만만한 근로자만 쥐어짠다"는 불만이 임계점에 달한 이유다.
징수의 형평성도 문제다. 국세 체납액은 2022년 102조5000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24년 110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2024년 기준 체납발생총액(전년도 이월액+당해 연도 발생액)은 41조9603억원인데 체납액 정리실적은 20조9400억원, 절반에 그쳤다. 속도·주정차·신호·전용차로 위반 등의 경찰 소관 과태료도 비슷하다. 2024년 기준 과태료는 2조464억8200만원인데 수납률은 54.8%, 미수납액이 1조837억3600만원에 달했다. 체납을 방치하면 두 가지 신호를 사회에 보낸다. 하나는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유인이고, 다른 하나는 "성실히 낸 사람이 손해"라는 냉소다. 조세 정의는 세율이 아니라 집행에서 완성된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체납 정리에 왕도(王道)는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국세청과 경찰이 '체납관리단'을 발족하며 전쟁을 선포했다. 국세청의 '국세 체납관리단'은 3년간 2000명 규모의 인력을 투입해 133만명 체납자를 전수에 가깝게 실태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도 서울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과 60개 경찰서에 올 상반기 중 체납관리관을 총 100명 선발할 예정이다. 두 곳 모두 서울시 '38세금징수과'처럼 끝까지 추적하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체납과의 전쟁은 시작일 뿐이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상반기의 화두가 체납 징수라면, 하반기의 화두는 '조세 형평'이 돼야 한다. 우선 올해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조세지출(세금을 면제해주거나 소득·세액공제 등 깎아주는 방식)을 줄이고 실효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낮은 조세 부담률도 정상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24년 17.6%(2025년은 1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이다. OECD 평균(약 25%)과의 격차는 7%포인트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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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세 개편도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2월18일 페이스북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초부자들은 감세를 해주면서 월급쟁이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를 해 온 것인데, 고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치권도 호응하는 듯 보였지만 미완의 상태로 남았다. 이 대통령이 잊지는 않았을 것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꺼내기 어려운 현실도 있으니, 지선 이후 하반기 공론화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이경호 경제부장
이경호 경제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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