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자료 허위제출 ‘역대 최대 규모·최장기간’ 위반 적발
‘간소화 절차’ 악용…공정위, 성기학 회장 검찰 고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국내 사업자로 잘 알려진 영원무역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인 82개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하며 3년 동안 대기업 집단 지정을 회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기간을 이용해 총수의 자녀에게 지주사 지분을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하고도, 대기업 집단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이를 공시하지 않는 등 '규제 사각지대'를 철저히 활용했다. 그룹 총수인 성기학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본인·딸 회사까지 뺐다…"총수 인식 가능성 높아"
공정거래위원회는 성 회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정자료를 허위 제출한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기간 누락한 회사는 총 82곳(중복 제외)이며, 이들의 자산 합계액은 총 3조2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공정위가 동일인(총수)의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를 적발한 사례 중에서 역대 최대 규모이자 역대 최장기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지정을 회피한 사건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누락 회사가 포함됐을 경우, 영원무역그룹은 자산총액 5조 원을 넘겨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어야 했다. 그러나 대규모 누락 덕분에 영원 무역그룹은 2024년 처음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먼 친척의 회사가 누락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총수 본인이 100% 소유한 회사나 주력 계열사와 밀접한 거래 관계가 있는 딸들의 회사까지 누락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성 회장이 1974년 창업 이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재직해 온 만큼, 계열사 범위를 모를 수가 없었다며 '인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영원무역그룹은 3년간 대기업 지정을 피하며 관련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금지 등 대기업이 받는 각종 규제망을 통째로 빠져나갔다. 또한 2023년 성 회장의 둘째 딸인 성래은 부회장에 대한 지주사 지분 증여 등 경영승계과정도 공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적으로 대기업 집단에 지정됐더라면 이런 중요한 사실은 공시되어야 했지만, 계열사 누락을 통해 지정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감시망 밖에서 승계 작업을 진행한 셈이다.
"낼 건 냈으니 봐달라"…영원 측의 '적반하장' 대응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영원무역그룹 측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자산 규모가 5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집단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열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먼저 받는 '간소화된 지정자료' 형식을 운영하고 있다. 영원 측은 이를 두고 "공정위가 핵심 자료만 내라고 해서 자료 제출에 소홀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자료 제출 형식을 간소화해 편의를 봐준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행위"라며 "다른 집단들은 정상적으로 제출한 반면, 영원 측만 10년 이상 5개 계열사만 제출하며 사실상 제도 자체를 악용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자산 5조 원 미만 기업집단에 대한 간소화된 자료 제출 과정에서 발생한 허위 제출에 대해 동일인을 고발한 최초의 심결이라고 밝혔다. 자산 5조 원 미만 기업집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지정자료 제출 간소화' 절차를 악용한 점을 엄중하게 판단했으며, 앞으로도 핵심 자료인 계열사 현황을 누락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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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계열회사 누락 등 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함으로써 경각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시활동을 지속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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