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건 박사팀, 용융 원스텝 공정으로 폴리프로필렌 성능 개선…국내 첫 최상위 저널 게재
전력기기의 고전압화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친환경 절연소재의 성능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을 개발했다.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공정이라는 점에서 상용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유승건 KERI 절연재료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전력기기용 친환경 절연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의 고전압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23일 밝혔다.
전력기기는 전류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사고를 막기 위한 '절연' 성능이 핵심이다. 특히 최근 대용량·장거리 전력 전송이 확대되면서 고전압(High-voltage)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절연 소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유독성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건식(dry) 공정을 적용해 폴리프로필렌에 전압 안정제(Voltage Stabilizer)를 화학적으로 결합(그래프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용융(melting)' 방식이다. 폴리프로필렌을 열로 녹인 상태에서 전압 안정제가 소재 전체에 균일하게 분산·결합하도록 유도해 고전압 환경에서도 전계 집중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절연 특성을 구현했다.
유승건 박사는 "기존에는 유기용매 기반 공정 탓에 상용화가 어려웠고, 반응이 소재 표면에만 머무르는 한계가 있었다"며 "산업계에 익숙한 용융 기반 원스텝(one-step) 공정을 통해 기업이 즉시 활용 가능한 고성능 친환경 절연 소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관 내외 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절연 소재의 고전압 성능 평가는 권익수 KERI 전력케이블연구센터 박사팀과 마사히로 코자코 일본 규슈공업대학 교수팀이 맡았고, 시뮬레이션 기반 물리 현상 분석은 김민희 KERI 친환경전력기기연구센터 박사가 수행했다.
연구팀은 해당 소재가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케이블은 물론,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등 전력 사용량이 큰 분야의 성능과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기업과 협력해 기술이전과 산업 적용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추가 전압 안정제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절연 성능을 더욱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고전압 절연 소재 연구가 이 같은 최상위급 저널에 실린 것은 국내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KERI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이번 연구는 기관 내부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재 글로벌 영커넥트'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