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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수능 난이도, AI가 해법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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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활용 영어지문 출제
책임주체 불분명 보안도 문제

[초동시각]수능 난이도, AI가 해법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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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난이도 조절은 '신의 영역'이다."


이렇게라도 '적정 난이도'에 대한 부담을 덜어보려 했던 걸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이근호 직무대행은 지난달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난이도 조절이 그렇게 어렵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그만큼 수능 난이도 조절이 '난제'라는 뜻이었겠지만, 역대 평가원장 12명 중 8명이 수능 문제로 중도 사퇴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신의 영역"이라는 표현은 책임을 비껴가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턱없는 실수를 신의 영역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은 신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다.


이번 수능 영어는 출제위원 검증부터 출제, 검토까지 전 과정이 부실했다. '킬러문항' 논란 이후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며 출제·검토위원을 무작위 추출했지만, 출제·집필 이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전문성은 약해졌다. 영어 출제위원 중 교사 비중이 33%로, 다른 영역(45%)보다 낮았다. 학생들의 실제 학업 수준을 가장 잘 아는 집단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셈이다. 이 결과 국어 1문항, 수학 4문항이 바뀌는 동안 영어는 45문항 중 19문항이 교체됐다. 수능 직전까지 문제가 바뀌는 상황에서 난이도 점검이 제대로 됐을 리 없다.


교육부는 출제위원 전문성 검증 강화, 교사 비중 50% 확대, '교육평가 출제지원센터' 설립 등을 후속 대책으로 내놨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어 지문을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난이도를 예측하면 '불수능'과 '물수능'을 오가는 극단적 난이도 널뛰기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제위원의 부담도 덜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만능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보완 수단일 뿐, 또 다른 위험을 동반한다. 대표적인 게 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AI의 거짓말', 할루시네이션이다. AI가 문법적으로 완성도 높은 문장을 만들더라도 사실관계가 틀린 지문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사고 흐름과 어긋나는 기계적인 지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토 과정이 지금보다 더 엄격해져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안 문제도 숙제다. 매년 수능 출제진은 한 달 넘게 합숙하며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문제를 만든다. AI로 영어 지문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철통 보안이 유지될 수 있을지, 별도 서버 구축만으로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 기술이 진화하는 만큼 '해킹' 수법도 진화한다. 예상치 못한 사고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2028학년도 모의평가(6월·9월) 시범 운영까지 시간이 충분한지도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잦은 정책 변화다. 입시 커뮤니티에는 "2009년생을 어디까지 실험할 셈인가"라는 글이 적지 않다. 통합수능 전환에 이어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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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난이도를 맡기고, AI에게 해법을 기대하는 동안 책임의 주체는 흐려진다. AI가 만든 지문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누가 질까. 국무총리실 산하의 평가원일까, 대한민국 교육을 총 책임지는 교육부일까. 난이도를 두고 신과 AI를 소환하기 전에, 끝까지 책임질 주체가 누구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수능은 결국 사람이 설계하고 사람이 책임지는 시험이다. AI에 중도 사퇴를 요구할 수는 없지 않나.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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