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코스피의 후끈함이 코스닥에서도 감지된다. 물 들어온 김에 금융당국은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부진했던 코스닥시장 활성화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에 이어 '부실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방안'도 발표했다. 올해 최대 200여개 기업의 퇴출을 기정사실화했다. 시장 정상화를 통해 상승 동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방향은 백번 옳다. 내용도 실질적이다. 진작 했어야 할 일들이다. 다만 속도가 문제다. 디테일에 있어 정교함도 다소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투자자 보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일단 너무 서두는 감이 있다. 효과를 바로보기 위해서는 속도전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신뢰는 상실된다. 지난해 7월 강화한 시가총액의 상폐기준 적용 시기를 앞당겼다. 코스닥기업의 시총 상폐기준은 지난해까지 40억원이었다. 내년부터는 이 기준이 200억원이 되었고 이번 발표로 300억원이 되었다. 상폐기준이 1년 반 만에 7배나 엄격해졌다. 부실기업을 조속히 퇴출시킬 수 있지만 잠재기업도 함께 정리될 수 있다. 신산업·혁신기업들은 대부분 초기 적자와 적은 시총 기업이다. 이들을 구분해 줄 필요가 있다.
동전주 산정 근거도 애매하다. 주가 1,000원 미만 주식은 7월부터 상장폐지 된다. 액면병합을 통한 꼼수를 막기 위해 '병합 후 액면가 미만'도 포함된다. 하지만 주가 자체는 기업가치와 직접 관련성은 없다. 발행 주식 수와 함께 고려할 때만 의미를 갖는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액면가 제도가 있다. 액면 500원 주식 가격이 900원이고 액면 5,000원 주식 가격이 1,100원인 경우 전자는 상폐되고 후자는 제외된다. 타당하지 않은 논리이다. 동일한 가치의 기업이 액면가에 따라 퇴출당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규제의 중립성 원칙이 훼손될 수 있는 지점이다. 동전주 퇴출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공시위반에 대한 상장폐지 강화는 열렬히 환영한다. 최근 1년간 공시벌점을 15점에서 10점으로 하향했는데 더 낮추어도 된다. 공시위반 기업은 패가망신하게 해야 한다. 투자자가 기업 상황을 적시에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 공시이다. 거짓·허위 공시는 투자자 기망행위이다. 우리의 공시제도는 글로벌기준 대비 다소 취약하다. 공시가 형식 중심이고 사후 제재가 약하다. 공시 기한과 양식만 채우면 된다. 정보는 공개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모른다. 공시 위반의 기대비용도 낮다. 과징금 규모가 적고 소액주주 집단소송 활용도도 낮다. 공시 위반 시 민·형사 책임을 강화하고 허위·누락 공시 시 집단소송을 활성화해야 한다.
실제 많은 부실기업이 퇴출되면 시장 혼란은 불가피하다. 소액 투자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상장폐지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소액주주가 대응할 시간이나 정보는 부족하다. 정리매매 기간이 짧거나 구제 절차가 미흡하면 재산권 침해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동전주나 시총 미달 기업에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이는 결국 정책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
부실기업의 질서 있는 퇴장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이다. 유명무실한 K-OTC의 발전적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프리 IPO시장 역할과 함께 상폐기업을 위한 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금융당국도 상폐기업의 K-OTC 활용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부족하다. 현 체제하에서는 한계가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금투협이 아닌 별도의 기관에서 운영하는 방안도 모색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투자자 보호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정보 공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재무제표뿐 아니라 사업 현황이나 주요 리스크, 최대 주주·지배구조, 상폐 사유, CB나 BW 발행 현황, 향후 계획(회생·상장·청산) 등의 공시를 의무화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립적 공시 플랫폼도 검토할 만하다. 유동성공급업자나 시장조성자 제도 도입을 통한 거래 활성화도 도모할 만하다. 상폐 시 소액주주 채권화 옵션(소액주주 전환채권)을 부여해 주식을 회생채권으로 전환, 회생 성공 시 보상을 받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실 상장사 정리는 애당초 했어야 했다. 좀비기업의 질서 있는 퇴장을 통해 건전성이 제고되고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 시장의 역동성이 높아져 유망한 혁신기업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란다. 코스닥시장의 퀀텀점프를 기대해 본다.
지금 뜨는 뉴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