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티' 발현 높으면 공격·낮으면 돌봄
사회적 환경이 육아 행동 스위치 바꿔
포유류 수컷 가운데 새끼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자상한 아빠'의 자격이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뇌 속 특정 유전자의 발현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프리카 줄무늬 쥐(Rhabdomys pumilio)를 대상으로 부성애를 조절하는 뇌 내 유전자 작용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자연계에서 수컷 포유류가 새끼를 직접 돌보는 경우는 5%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그러나 아프리카 줄무늬 쥐는 예외적으로 새끼를 정성껏 돌보는 개체부터 공격하는 개체까지 행동 차이가 뚜렷하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뇌의 '내측 시각전 구역(MPOA)'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성 행동이 활발한 수컷일수록 이 부위의 신경 활동이 높게 나타났다.
부성애 억제하는 '아구티' 유전자… 뇌 속 육아 스위치
핵심은 이 영역에서 작동하는 '아구티(Agouti)' 유전자였다. 기존에는 털 색이나 비만과 관련된 유전자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부성 행동을 억제하는 역할이 확인됐다.
새끼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수컷의 MPOA에서는 아구티 발현량이 낮았고 방치하거나 공격하는 개체에서는 높았다. 연구팀이 아구티 발현을 인위적으로 높이자 자상했던 개체도 무관심하거나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러한 아구티 발현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라졌다. 수컷을 단독 사육하면 발현이 낮아지며 돌봄 행동이 증가했지만 여러 마리를 좁은 공간에서 경쟁적으로 사육하면 발현이 상승하고 부성 행동은 감소했다.
연구진 "환경이 생존·양육 균형 조절"…인간은 추가 연구 필요
연구를 주도한 포레스트 로저스 박사후연구원은 "임신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수컷이라도 뇌 환경이 바뀌면 양육 행동을 보일 수 있다"며 "아구티 유전자가 육아 행동을 억제하는 스위치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리카르도 말라리노 교수는 "개체는 인구 밀도나 먹이 경쟁 같은 외부 환경을 반영해 생존과 양육 사이의 균형을 조절한다"고 분석했다.
지금 뜨는 뉴스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아구티 유전자와 MPOA가 존재하지만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트린 페냐 조교수는 "육아는 매우 복합적인 특성으로 알약 하나로 좋은 부모를 만들 수는 없다"면서도 "환경이 뇌 기능과 돌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