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시설 중·경질유에 특화
다양한 정제인프라 구축 필요
알뜰주유소 저수익 구조 고착
인근 주유소 폐업위험 2.5배↑
산업용 전기료, 일반용 2배
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한 시점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이 '트럼프 리스크' 재점화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를 경고하며,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위한 정제 인프라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협회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인 만큼 국제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트럼프발 관세 여파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등 잇따른 악재로 정유업계의 원유 도입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정유업계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약 69%에 달한다. 박 회장은 이란 등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가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취약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협력해 심층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회장은 원유 도입선을 중동 외 지역으로 넓히기 위한 '정제 인프라의 변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현재 국내 정제 시설은 주로 중·경질유에 특화돼 있어 남미산 초중질유 등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래를 대비해 다양한 종류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인프라 개선과 더불어 국내 유통 시장의 불균형 해소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정책 변화도 강하게 요구했다.
특히 그는 알뜰주유소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지난 6년간 일반 주유소가 1000곳 넘게 폐업하는 동안 알뜰주유소는 오히려 늘어나며 업계의 저수익 구조를 고착화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알뜰주유소가 인근 일반 주유소의 퇴출 위험을 2.5배 높이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주유소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환할 수 있도록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현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4선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 회장은 정유업계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협회 설립 이래 최초로 연임(24·25대)에 성공했다. 그는 특유의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 정부 및 국회와 소통하며 업계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정유업계 상황은 현재 어떤가.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중동산 대비 배럴당 10~14달러 낮은 가격에 들여오면서 국내 정유사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했다. 1분기 석유제품 수출량은 13% 감소했으나 이후 물량 확대에 나서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최대 수출량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영업이익률은 지난 18년 평균 1.7%로 제조업 평균 6.5% 도소매업 4.8%에 못 미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저유가와 정제마진 약세로 약 8600억원 적자를 냈으나 4분기에는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 중단 영향으로 마진이 회복되며 실적이 개선됐다.
-주유소 폐업 증가의 원인이 알뜰주유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주유소 개수는 1만694곳이었는데 6년 사이 1000곳 넘게 폐업했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같은 기간 오히려 136곳이 늘었고 전체 주유소 중 12.3%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뜰주유소 효과는 생산자 이윤이 알뜰주유소와 소비자 이윤으로 전환된 것에 불과하며 정책투입 예산을 고려하면 장기적 순편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알뜰주유소는 반경 2㎞ 내 일반주유소 퇴출 위험을 2.5배 증가시키고 평균 영업이익률을 1.5~2% 저수익 구조로 고착화해 석유유통업계 투자여력을 상실케 한다. 탄소중립 적응을 위해 석유유통업계도 안정적인 사업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알뜰주유소 정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인상되고 있는데 정유업계는 어떠한 애로사항이 있으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2년 이후 3년 사이 7차례 인상돼 약 80%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용과 일반용이 30~40%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두 배 이상이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정유 등 24시간 가동하는 전력집약 산업은 전기요금 변동이 곧 생산비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2024년 국내 정유사의 전기요금 부담은 연간 2조1000억원으로 3년 사이 1조원 늘었다.
수요 둔화와 정제마진 하락까지 겹쳐 업계의 자구 노력만으로 감내하기 어렵다. 정유업계가 추진 중인 바이오연료 저탄소 공정 친환경 수소 생산 등은 전력 사용량이 더 많다. 요금 부담이 커질 경우 투자 위축과 탄소중립 속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 특성과 에너지 전환 목표를 반영한 요금 체계 개편과 계시별 요금구조 개선, 지역별 전력자급률을 고려한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2022년 고유가 국면에서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업계의 수익 구조와 객관적 상황을 설명해 논의가 진정된 점은 다행이라고 본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개정에도 힘을 보태 국내 정유사들이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4년 SAF는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됐고, 지난해 초 국가전략기술사업으로도 포함됐다. 올해는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보조금 적용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은 갤런당 최대 1달러. 일본은 ℓ당 30엔을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 역시 항공유 수출 1위를 유지하기 위해 SAF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높은 생산비와 불확실성이 부담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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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숙원 과제인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 66개국이 원료용 중유에 면세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과 국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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