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기울기가 달라져도 색이 흐트러지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 센서가 개발됐다. 카메라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구조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어두운 곳에서도 또렷하고 자연스러운 색(사진)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전기 및 전자공학부 장민석 교수 연구팀과 한양대 정해준 교수 연구팀이 빛의 입사각을 달리해도 안정적으로 색을 분리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용 메타물질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는 아주 작은 렌즈로 빛을 한곳에 모아 사진을 찍는다. 이 같은 방식은 카메라 속 픽셀이 작아질수록 렌즈만으로는 빛을 충분히 모으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나노포토닉 컬러 라우터(Nanophotonic Color Router)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해 렌즈로 빛을 모으는 대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구조로 빛을 색깔별로 나눈다. 이 구조는 빛이 지나가는 길을 설계해 빛을 적색(R), 녹색(G), 청색(B)으로 정밀하게 나누는 메타물질 기반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나노 프리즘(Nano Prism)'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이미지 센서에 적용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론적으로도 매우 미세한 나노 구조를 여러 층으로 쌓으면 빛을 더 많이 모으고 색을 보다 정확히 나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 나노포토닉 컬러 라우터는 빛이 정면에서 들어올 때는 제대로 작동하는 반면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색이 섞이거나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한계(사선 입사 문제)를 보인다. 나노포토닉 컬러 라우터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동연구팀은 과제를 해결하기 전 문제의 원인부터 파악했다. 이 결과 기존 설계가 빛이 수직으로 들어오는 조건에만 지나치게 최적화돼 입사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성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확인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다양한 각도의 빛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른 각도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사람이 직접 구조를 설계하는 대신 컴퓨터가 가장 좋은 구조를 스스로 찾도록 하는 '역설계(inverse design)' 방식을 적용해 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달라져도 안정적으로 색을 나눌 수 있는 컬러 라우터 구조를 도출했다.
컬러 라우터 구조는 빛의 기울기(±12도 범위)에도 78% 가량의 광효율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색 분리 성능을 보였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 환경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존 구조가 동일한 범위의 기울기에서도 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특히 공동연구팀은 메타물질의 층수나 설계 조건,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까지 고려해 성능 변화를 분석하고 입사각 변화에 얼마나 강건할 수 있는지 등 한계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번 연구는 현실적인 이미지 센서 환경을 반영한 컬러 라우터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장민석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컬러 라우터 기술의 상용화를 가로막아 온 입사각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라며 "공동연구팀이 제안한 설계 방법은 컬러 라우터를 넘어 다양한 메타물질 기반 나노 광학 소자 전반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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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에는 KAIST 전재현 학사과정생과 박찬형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논문)는 최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스(Advanced Optical Materials)'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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