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60위안…돈 내고 듣는 '독설 상담'
공감보다 질책 선호…'감정 경제'가 키운 열풍
사랑에 집착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를 뜻하는 중국 온라인 신조어 '연애뇌(戀愛腦)'를 공개적으로 꾸짖어주는 라이브 방송과 유료 상담이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힐링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독설과 질책이 오히려 감정 해소 수단으로 소비되며 '감정 경제'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연애 고민을 털어놓으면 진행자가 공개적으로 질책해 주는 이른바 '연애뇌 꾸짖기'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 라이브 방송에서 한 여성은 고학력·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연상의 남성과의 관계로 괴롭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진행자인 인플루언서 타오자이는 "당신은 연애뇌일 뿐 아니라 가난하고 학력이 낮은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차별한다"며 "자업자득"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 같은 장면은 공개 망신처럼 보이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연애뇌 꾸짖기'는 사랑에 과몰입한 자신의 상태를 타인의 독설을 통해 깨닫고 싶어 하는 심리를 자극하며 빠르게 퍼지고 있다.
"무덤이라 신호 안 잡히나"… 돈 내고 '독설' 듣는 사람들
타오자이는 거친 화법으로 약 2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료 멤버십 가입자에게는 방송 우선 참여와 1대1 상담 등을 제공한다. 1년 멤버십 비용은 1800위안(약 37만원) 수준이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 저우리쥐안 역시 연락을 끊은 남자친구를 두둔하는 여성에게 "무덤에 들어가서 신호가 안 잡히느냐"고 말하는 등 독설 상담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흐름은 이미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연애뇌 꾸짖기' 상담 상품이 다수 등록돼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상점은 월 판매량이 3000건을 넘는다. 30분 전화 상담 가격은 60위안(약 1만2000원) 수준이다.
중국 대도시에서 전문 심리상담 비용이 시간당 500~2000위안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 역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짧은 꾸짖음이 오히려 이별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감보다 강한 자극 원해… '감정 경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굴욕을 원하는 심리라기보다 강한 자극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어 하는 욕구로 해석한다. 우한과학기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융은 "부정적 감정에 빠진 상태에서는 부드러운 공감보다 강한 외부 피드백이 자기 인식을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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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자격과 검증이 없는 '감정 코치'들이 왜곡된 연애관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연애 상담을 넘어 독설형 공부 지도, 위로형 캐릭터 소비 등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 전반이 빠르게 확산하며 '감정 경제'가 새로운 소비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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