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책임자는 대표이사"…검찰 대응 주목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로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명이 숨진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1호 사건'이다.
10일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이영은 판사)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 대해 "피고인이 각 그룹 부문별 정례 보고 등에 참석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표자 또는 담당 임원 등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리기도 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며 "각종 보고나 회의가 삼표 산업 등의 경영 책임자로서 경영상 주요 현안 등을 보고받고 안전 보건 업무를 포함한 사업을 총괄하여 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절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가운데)이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년 1월 삼표산업 양주 사업소에서 채석장 토사가 무너지며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이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발생한 1호 사고다. 연합뉴스
이어 "삼표그룹 규모나 조직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구체적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 즉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안양주 사업소 야적장에서 법령에 따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했거나, 그러한 조치 없이 작업이 진행되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삼표산업 법인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는 무죄가 나왔으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일부 혐의가 인정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반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본사 및 양주 사업소 현장 관계자 4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적극적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본사 안전책임 담당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를, 양주 사업소 관계자 3명에게는 금고형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22년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 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상 실질적이고 최종적 권한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가 정 회장인 것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첫 재판은 2024년 4월 시작됐고, 재판부 교체 등에 따라 2년째 재판이 이어졌다.
한편 정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노동계는 "법 취지를 무력화하고 기업 총수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고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삼표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첫 번째 사건으로 노동자의 죽음 앞에 최고 책임자가 빠져나갈 수 없다는 최소한의 원칙을 세워야 할 상징적 재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1호 재판'에서조차 총수와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한 판결을 넘어 법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을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고,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와 기업 총수들에게 집단적인 면죄부를 부여한 판결로 규정하며 강력 규탄한다"면서 "검찰은 즉각 항소해 이 위험한 판결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이날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 사건에서 최고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재해 예방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자원 배분 체계 전반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최고 경영진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게 법의 핵심 취지"라며 "이번 판단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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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대기업의 복잡한 지배구조 속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을 좁게 해석할 경우 기업이 조직 구조를 통해 의도적으로 책임을 분산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몰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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