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인의 해외주식투자 약 450억달러
개인 투자 314억달러에 ETF 등 기관 통한 투자 포함한 결과
개인뿐 아니라 각 주체 해외주식투자 급증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 효과 상당 부분 상쇄
지난해 '서학개미'의 해외주식투자 규모가 450억달러(약 66조2310억원)에 달하면서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해외주식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개인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국민연금 등 굵직한 주체들이 전방위적 해외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지난해 내국인 해외주식투자는 1143억달러까지 급증,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1230억5000만달러)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반도체 수출이 이끈 역대 최대 경상흑자"…투자소득수지 300억달러 돌파
6일 한은이 발표한 2025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계정 순자산은 1198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내국인 해외주식투자가 1143억달러로 전년 대비 722억달러 늘며, 같은 기간 1230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사상 최대 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맞먹는 수준까지 뛰었다. 주체별로 나눠보면 자산운용사와 증권, 보험이 421억달러,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이 407억달러, 개인투자자가 314억달러 순이다. 그러나 기타금융기관 투자분으로 잡히는 개인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약 136억달러)를 발라내 더한 실질적인 개인의 해외주식투자액은 총 450억달러다. 이는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해외주식투자액을 43억달러가량 웃도는 수치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ETF 투자분까지 고려하면, 지난해 개인의 해외주식투자 규모는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 투자 규모를 상회했다"며 "이 같은 거주자의 해외주식투자 급증이 경상수지 흑자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짚었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1230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직전 최고치인 2015년 1051억2000만달러를 179억3000만달러 훌쩍 웃돈 수치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내놓은 전망치인 1150억달러도 80억5000만달러 상회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예상치를 뛰어넘은 데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 영향이 가장 컸다. 지난해 상품수지 흑자는 1380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품 수출이 7189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영향이다. 지난해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직전 해보다 22.2% 증가한 1734억달러를 나타내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4%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은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증가한 7097억달러로 기존 역대 최대이던 2024년 기록을 다시 썼다. 상품 수입은 국제유가 하락 등에 직전해(5930억6000만달러) 대비 줄어든 5808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누적된 내국인 해외투자 증가에 본원소득수지 흑자 역시 279억2000만달러로 호조세를 이어갔다. 내국인의 해외투자로 나오는 배당과 이자소득에서 외국인 국내 투자 소득을 뺀 투자소득수지는 301억7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왼쪽부터)김준영 국제수지팀 과장, 김영환 경제통계1국 국장, 박성곤 국제수지팀장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12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12월 경상흑자 187억달러…월 사상 최대 기록 경신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87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로, 전월(129억달러)과 전년 동기(127억4000만달러)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32개월 연속 흑자 행진 역시 이어갔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진 가운데 배당소득이 늘면서 본원소득수지 흑자 폭이 크게 확대된 점이 주효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이끈 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다. 지난해 12월 상품수지 흑자는 188억5000만달러로 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수출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낸 결과다. 수출은 71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1% 늘었는데, IT 품목이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를 중심으로 호조를 지속한 가운데, 비IT 품목도 기계류·정밀기기, 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209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1% 급증했다. 컴퓨터주변기기(33.1%), 무선통신기기(24.0%) 등도 약진하며 IT 수출은 32.4% 늘었다. 비IT 역시 의약품(27.3%), 기계류·정밀기기(2.9%) 등을 중심으로 2.1% 증가했다. 승용차(-4.2%)와 철강제품(-1.7%)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수입은 528억달러로 1.7% 늘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유제품(-35.2%)·석탄(-20.9%)·가스(-7.6%)·원유(-3.5%) 등 원자재(-1.0%)가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승용차와 금을 중심으로 소비재(17.9%)의 큰 폭 증가세가 이어지며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비스수지는 36억9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월(-23억8000만달러)이나 전월(-28억5000만달러) 대비 커졌다. 여행수지가 1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여행 성수기인 겨울방학 영향에 출국자 수가 늘며 적자 폭이 전월(-9억7000만달러)보다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47억3000만달러로 전월 15억3000만달러 대비 크게 늘었다. 전월 증권투자 분기 배당 지급 영향이 해소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9억3000만달러에서 37억1000만달러로 급증한 영향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지난해 12월 중 237억7000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4억9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51억7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43억7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56억8000만달러 각각 늘었다.
2025년 넘을 2026년, 1300억달러 돌파 전망…변수는 관세·지정학적 리스크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을 다시 한번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전망치는 1300억달러다.
올해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에 따른 수출 호조세가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반도체에 의존적인 수출 구조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AI 투자 기조 확대 여부, 반도체 업황 변화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반도체를 제외한 통관 기준 수출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김 국장은 "품목별 온도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선박, 의약품 등의 수출 증가 흐름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여기에 국제유가 안정세, 본원소득수지의 견고한 상승세 등이 이어진다면 올해 역시 경상수지가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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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시 불거진 관세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변수로 꼽혔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 전략적 투자 특별법 통과를 압박하며 꺼내든 25% 관세 등 통상 불확실성 재부각은 우려 요인이다. 김 국장은 "전반적인 흐름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지난해 11월 조사국 전망(올해 연간 1300억달러) 이후 불거진 다양한 변수들을 반영한 수치는 이달 발표하는 수정 전망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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