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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노후자산 운용 방식 바뀐다…퇴직연금 '회사 안'에서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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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입자 돈 모아 전문가가 운용
기금 커질수록 책임 강화…수탁자책임 명문화

20년만에 노후자산 운용 방식 바뀐다…퇴직연금 '회사 안'에서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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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이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에 합의한 배경에는,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도록 노후소득 보장 장치로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핵심 제도로 설계됐지만, 가입자의 선택권과 운용 효율성의 한계로 수익률 변동 위험과 책임이 근로자에게 전가돼 왔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앞으로 퇴직급여를 회사 밖 금융기관에 맡기는 '사외 적립'이 원칙이 된다는 점이다. 현행 퇴직연금은 상당수 사업장에서 퇴직급여가 사업장 내부에 적립돼 있다. 이처럼 회사가 퇴직금을 직접 보관하는 방식을 '사내 적립'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퇴직금을 회사 금고에 맡겨둔 상태다. 문제는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 퇴직금을 제때 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TF가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제도 개편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다.


사외 적립은 퇴직금을 은행이나 연금 계좌에 따로 보관해 두는 것을 뜻한다. 은행이나 연금 계좌 등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돼, 회사 사정과 무관하게 보호된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어려워져도 근로자의 퇴직급여는 안전하다. 또 사외적립 의무화 이후에도 근로자의 기존 권리가 축소되지 않도록 중도인출과 일시금 수령 등 기존 선택권도 유지하기로 했다.


여러 가입자 돈 모아 전문가가 운용
20년만에 노후자산 운용 방식 바뀐다…퇴직연금 '회사 안'에서 '밖으로'

또 하나 달라지는 점은 퇴직연금을 굴리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가입자는 회사가 정해준 금융상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계약형 퇴직연금'에 가입해 왔다. 계약형은 회사와 금융회사가 1대1로 계약을 맺고, 근로자는 그 안에서 운용할 금융상품이나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기금형 퇴직연금'이라는 선택지가 생긴다. 기금형이란 여러 회사와 근로자의 돈을 한데 모아 전문가들이 하나의 큰 기금처럼 관리·운용하는 방식이다.


노사정 TF는 특히 퇴직연금이 노후소득 보장 수단이 아니라 '퇴직 시 수령금 관리 제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문제로 인식했다. 개별 사업장 단위의 계약형 구조에서는 자산운용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기금형 도입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TF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다수 가입자의 적립금을 통합해 운용하는 방식인 만큼, 장기 분산투자와 안정적 자산 배분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수익률 제고와 동시에 운용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기금형 도입이 계약형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병행 구조로 설계된 것도, 제도 전환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퇴직연금 운용의 중심이 사업장에서 전문 운용기관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적립금 운용이 개별 사업장 단위를 넘어 기금 단위로 집중되면서, 자산 배분 전략과 위험 관리 체계도 보다 체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퇴직연금 운용을 단기 성과 중심에서 장기 노후소득 관점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금 커질수록 책임도 커진다… 수탁자책임 명문화

반면 운용 주체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 강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TF는 공동선언문에 수탁자 책임 원칙과 이해 상충 방지, 내부통제 강화가 명시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대목이다. '수탁자 책임'이란 타인의 자금을 맡은 사람은 그 자금의 주인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는 약속인 셈이다. 기금 운용이 특정 정책 목적이나 이해관계에 활용될 경우 제도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리·감독 역할도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앞으로 두 가지 선택사항이 생긴다. 안정성을 중시하면 기존 계약형을 유지할 수 있고, 수익을 조금 더 기대하고 싶다면 기금형 퇴직연금을 선택할 수도 있다. 퇴직할 때 기존처럼 일시금으로 한 번에 받을 수 있고, 연금으로 매달 나눠 받을 수도 있다. 제도가 바뀌더라도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유지된다는 게 이번 합의의 핵심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퇴직금이란 근로기준법에 임금의 일부이자 연금으로 전환해 안전하고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게 핵심"이라며 "노사 합의에 따라 퇴직연금의 발전적인 개선책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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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공동선언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노사정 TF가 약 3개월간 10차례 회의를 거쳐 도출했다. 노사정과 청년·전문가 등 19명이 참여해 제도의 실효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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