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대중화' 경쟁 시작
액추에이터 산업 뛰어든 대기업
단가 낮추려면 '기술 국산화' 필요
올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 참가한 국내 대기업 제조·부품사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키워드는 '액추에이터'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를 휴머노이드 산업의 대중화가 시작된 원년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로봇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부품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로봇 산업은 '로봇을 누가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 '누가 더 빠르게 산업화할 것인가'의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은 '누가 더 싸게,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로 수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식 물량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넘어 대량 생산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거대 공급망 구축이 생존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액추에이터 전성시대' 개막
2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세트·부품사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로봇 부품 산업에 본격 합류할 전망이다. 특히 로봇 단가 인하를 위해 액추에이터와 같은 구동 부품을 직접 내재화하려는 세트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가 합쳐진 통합된 관절 모듈을 말하며 로봇에 필요한 핵심 부품 중 하나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위주였던 국내 로봇 산업이 올해는 대기업 중심으로 보다 확장되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올해 홈로봇 '클로이드(CLOiD)' 출시를 예고하며, 여기에 적용되는 자체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Axiom)'을 공개했다. 내년부터는 클로이드 적용과 함께 외부 판매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계열 부품사들도 잇따라 참전을 선언했다. 전장 산업군에서는 자동차 산업에 활용되던 핵심 부품들을 로봇 산업에 적용하면서 충분히 공급망 확장이 가능하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적용되는 액추에이터를 개발·공급 중이며, 올해부터는 완성도를 끌어올려 대량 양산 단계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의 핵심 고객사인 자동차 부품사 HL만도도 지난해 액추에이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해 본격 개시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역시 올해 로봇 부품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기존 전장·전자 부품 역량을 기반으로 액추에이터, 카메라 모듈, 센서, 유리기판 등으로 적용 영역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단가 경쟁력 핵심은 '기술 국산화·내재화'
업계에서는 단순히 '국산 부품을 쓰자'라는 구호만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처럼 정부가 기업·학계·부품업계를 전방위로 지원하는 구조가 아닌 상황에서 국산화 자체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기술 경쟁력이 정체되거나 제조사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국산화 확대는 중요하지만 핵심 부품 개발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품질, 기술적 요구, 사업 전략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부품의 국산화 및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선 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 부품업체 관계자는 "무역 분쟁이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국산 부품은 안정적인 조달 전략이 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몇몇 제조사들은 해외에 납품 요청을 하면 배송까지 몇 달씩 걸리거나 원하는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국산 부품 공급망이 커질수록 완성 로봇의 단가를 낮추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제조사들이 국산 부품을 사용하게 되면 로봇 부품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고, 공급 물량 자체가 늘어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부품 단가 하락에도 기여하는 '선순환'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제조사들은 단가 경쟁력을 위해 기술 내재화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A 부품업체는 "단가 경쟁력과 기술력 모두를 잡기 위해선 원천 기술이 중요하다"며 "원천 기술이 없으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C 부품업체도 "이미 만들어진 부품을 사오거나 어떤 기술을 사올 경우 기술료를 내야 한다"며 "자체 기술이 있을 경우 직접 제품과 부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이수 한국과학기술원(KIST) 휴머노이드연구단 책임연구원은 "해외 부품에만 의존하면 독자적인 생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의존성이 커서 수익이 충분히 잘 나지 않는다"며 "핵심 부품의 경우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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