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인터뷰
수능·내신 5단계 절대평가 도입
서·논술형 평가 확대…성장 중심 교육
"경기도교육청이 쏘아올린 대입제도 개편은 5부 능선을 넘겼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교육 개혁을 이끌어온 만큼, 대입제도 개편을 완성하고 싶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제18대 경기교육감을 지내면서 '수능·내신 절대평가 확대, 서·논술형 평가 강화, 수능·정시 통합' 등을 제안했다. 기존 오지선다 문제풀이식 평가로는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도 현 교육제도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난해에는 한국 교육감 중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와 '대학입시제도 개혁' 등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논의되는 대입제도 개편 논의에 불을 댕겼다.
임 교육감은 21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203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완성'이라는 다음 목표를 제시했다. 대한민국 교육 개혁을 향한 본격 항해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 임기에선 대입 제도 개편 논의를 무르익게 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실질적인 변화"라면서 '대입제도 개편 완주'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올해 교육 방향을 '본질 회복'에 뒀다. 왜 지금 '교육 본질'인가.
▲학교 현장을 다녀보면 학생과 교사 모두 굉장히 애쓰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보다 '제도'가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걸 느꼈다. 학교가 아무리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려 해도, 결국 점수와 서열로 줄 세우는 대입 구조가 그대로라면 교육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교육 본질 회복의 출발점은 '대학입시 제도 개편'이다. 입시가 바뀌지 않으면 학교 교육은 결국 다시 입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대학입시는 학생을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는 구조다. 수능 중심의 상대평가 체제 속에서 학생의 사고력, 창의성, 성장 과정은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경기도교육청은 '2032 대입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교육의 목표를 학생 '성장'에 두고, 교사는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환경과 구조를 바로 세우자는 맥락에서 구상했다. 그 출발점이 바로 대입제도 개편이다.
-구상 중인 '2032 대입 개편 방향'은.
▲수능은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니라 학교 수업을 통해 길러진 사고력, 이해력, 문제 해결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지금처럼 '변별력'을 가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라는 이름 그대로, 학생들이 대학서 공부할 준비가 됐는지만 보는 '자격시험'처럼 치르면 된다. 그래서 제안한 게 수능·내신 5단계 절대평가 도입, 서·논술형 평가 확대다.
수능을 '완전 폐지'하자는 건 아니다. 기본 틀은 유지하되 수능의 역할과 무게 중심을 조정하자는 거다. 이때 절대평가 난도는 대학이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느 수준의 학생까지 받을 것인지 대학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내신'과 '대입전형'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 내신도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해 학생 성취 수준과 성장 과정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 학교 수업에서 이뤄지는 학습과 평가가 입시에서 제대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플랫폼 '하이러닝'은 이러한 학생들의 학습·활동 전반을 데이터로 축적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입전형 역시 수시와 정시로 나뉜 복잡한 구조를 통합하고, 학생부와 수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2학기까지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형 시기와 운영 방식도 함께 조정돼야 한다.
수능은 고등학교 2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공통과목의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수능1'과 고등학교 3학년 중 희망 학생에 한해 선택과목서 통합 사고력을 측정하는 '수능2'로 구성하는 안도 제안했다. 수능 이원화가 아니다. 수능1은 '자격고사' 성격이고, 수능2는 각 대학 전공서 요구하는 특정 역량을 부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개편 방향의 핵심은 한 번의 결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해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32 대입 개편안 발표는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 해당 학년이 중학교에 올라가는 2027년 초에는 결론을 내 발표해야 현장의 혼선도 줄일 수 있다. 절차적으로는 교육감 회의에서 공식 의견을 채택한 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논의를 거쳐 '대교협-국교위-시도교육감-교육부'가 참여하는 4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올 2월 말까지 킥오프 회의(첫 모임)를 갖고 실무 작업을 본격화하고 싶다.
-절대평가 난이도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나
▲절대평가의 핵심은 '점수로 서열을 만드는 시험'이 아니라 필요한 역량이 갖춰졌는지 확인하는 평가로 목적을 바꾸는 데 있다. 난이도 조절이 흔들리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래서 절대평가를 학생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학이 전공별로 필요한 역량과 기준(컷·요건)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수능을 지금처럼 변별력 중심으로 유지하기보다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을 바탕으로 '과목별 자격시험'에 가까운 구조로 재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공대는 수학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되고, 다른 과목은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되는 식으로 '전공별 기준'을 분명히 하면 절대평가의 취지가 살아난다.
-지금의 낡은 대학 시스템, 어떻게 변해야 하나.
▲대학은 이제 '누구를 선발했는가'가 아니라 '그 학생을 어떻게 키웠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학생이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떤 학문적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되는지를 대학이 교육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분명하지 않다면 아무리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도 대학의 경쟁력은 높아지기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대학의 특성화다. "우리 대학은 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연구·산학 연계를 하겠다"는 목표와 프로그램이 분명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이나 학과 개편은 학과·교수 동의 구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산학협력 역시 중요하지만 간단치 않다. 기업은 현장에 필요한 수준을 요구하는데, 대학 교육이 그 기대를 충분히 맞추지 못해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대학이 교육 내용과 방식 자체를 바꾸고, 기업과 연계해 학생이 졸업 이후 곧바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갖추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지방대 육성정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업과 인재가 해당 지역에 함께 모이는 생태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연구개발(R&D) 센터를 어디에 둘지 결정할 때 단순히 땅값이나 보조금만 보지 않는다. 일자리, 주거 여건, 의료, 문화 인프라, 자녀 교육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본다. 대학 투자와 동시에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패키지로 조성해야 한다. 특정 권역에 분야를 정해 집중하고, 그 분야에서 필요한 인력이 안정적으로 배출될 것이라는 신호가 확실해지면 기업 R&D 센터가 들어오고, 이후 생산시설까지 연계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올 한 해 주목해야 할 교육정책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교육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선발 중심 교육'에서 '성장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점수와 결과로 학생을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 교육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역량을 쌓았는지가 존중받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업, 평가, 기록, 진로, 진학이 서로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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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조하고 싶은 정책도 바로 이 흐름을 완성하는 일이다. 절대평가 확대, 서·논술형 평가 도입, 고등학교 수업 정상화와 같은 방향은 이미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이제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실행의 단계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출발점인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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