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부터 원재료까지…국가별 수출공식 달라
K문화는 확산됐지만…가격·규제 장벽은 여전
'글로벌 식품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꼽히는 유럽 시장에서 K푸드의 존재감이 커진 가운데 유로 국가별 수출 품목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국 식품의 유럽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개한 '유럽 주요 유통매장 내 한국식품 유통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유럽으로의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9억646만달러(약 1조3389억원)로 전년 대비 22.8% 늘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3.1%에 달한다. 수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라면이 2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냉동 다랑어(11.1%), 김(7.0%), 리신, 김치(2.5%)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국가별로 어떤 품목이 팔리느냐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영국 '라면' VS 프랑스 '다랑어'
영국은 유럽 내 한국 식품 최대 수출 시장이다. 2024년 영국으로의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억3000만달러(약 1920억원)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4.6%에 이른다. 품목별로는 라면이 5120만달러로 전체의 39.4%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김(12.4%)과 김치(5.6%)가 뒤를 이었다. 영국 시장에서는 한국 식품 수출이 라면 중심의 가공식품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프랑스는 양상이 다르다. 2024년 프랑스로의 한국 식품 수출액은 1억593만달러(1564억원)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지만,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라면이 아닌 냉동 다랑어였다. 냉동 다랑어는 전체 수출액의 약 48%를 차지했다. 김(5.8%), 라면(4.2%), 김치(1.0%)가 뒤를 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면류보다는 수산물과 가정용 식품을 중심으로 한국 식품 수출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냉동 비빔밥과 잡채, 김치 등 집에서 조리하거나 바로 먹을 수 있는 한식 제품의 유통도 늘고 있다.
남유럽에서는 스페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24년 한국 식품 수출액은 6869만달러(약 1014억원)로 전년 대비 29.8% 증가했다. 수출 상위 품목을 보면 냉동 오징어와 다랑어 등 수산물이 중심이다.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산물로 집계됐다. 김과 음료가 일부 포함됐지만 김치 비중은 크지 않다. 대신 고추장과 양념장, 소스류가 요리 재료로 활용되며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스페인에서는 한국 식품이 완성된 메뉴보다는 기존 요리에 활용되는 식재료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탈리아 역시 수산물 중심 구조가 뚜렷하다. 2024년 한국 식품 수출액은 7226만달러(1067억원)로 전년 대비 26.8% 늘었다. 냉동 다랑어가 전체 수출액의 43.7%를 차지했다. 라면 수출액은 240만달러로 상위 5위에 머물렀다. 전통 식문화가 강한 이탈리아에서는 가공식품보다 원재료 성격의 품목이 먼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면과 김치, 떡볶이 관련 제품 수요도 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북유럽 대표 시장인 스웨덴은 한국 가공식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다. 2024년 한국 식품 수출액은 2027만달러(299억원)로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 라면이 전체 수출액의 48.4%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음료와 고추장, 김이 뒤를 이었다. 특히 고추장 수출 비중(4.6%)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 식품이 면류뿐 아니라 조미 식품으로도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프랑스·스페인 10명 9명 "한국 제품 구매 경험"
최근 1년 내 한국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비율은 스페인(93.6%), 영국(93.5%), 프랑스(92.6%), 이탈리아(87.6%)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식품에 대한 인지도와 경험이 유럽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시장에서 한국 식품이 주목받는 배경으로는 건강 이미지와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꼽힌다.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식은 장류 등 발효 식품과 나물류 중심의 식단으로 인식되며 비교적 건강한 음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는 한국 문화 확산과 함께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관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영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국 식품은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유럽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유럽은 세계 최대 식품 소비 시장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유럽 식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5500억달러(약 2289조원)에서 2024년 2조200억달러(약 2983조원)로 확대됐다. 세계 식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1%에 달한다. 2024년 기준 유럽의 1인당 식품 소비량은 518.02㎏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K푸드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 식품은 중국이나 동남아 식품에 비해 수출 품목 구성이 아직 다양하지 않고, 가격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북유럽과 남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아시아계 이민자 인구가 적어 한국 문화와 식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금 뜨는 뉴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파리지사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 한국 식품을 수출하려면 복합식품 규정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은 동물성 원료와 식물성 재료가 혼합된 식품을 복합식품으로 분류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가공식품은 승인된 작업장에서 생산된 원료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유럽 수입 조건을 충족하는 한국산 동물성 원료는 70도 이상 열처리된 가금육과 수산물, 젤라틴과 콜라겐으로 제한적"이라며 "제품 기획 단계부터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