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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의 왕좌 vs 불닭의 속도…라면 전쟁터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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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국내 시장 지배력 유지…안정적 외형 성장 지속
삼양식품, 불닭 앞세워 해외 매출·이익 구조 급변
경쟁의 축은 점유율에서 글로벌 생산능력으로 이동

라면 시장의 경쟁 무대가 바뀌었다. 농심이 '신라면'을 필두로 한 브랜드 파워와 유통 지배력을 지키며 왕좌를 차지한 가운데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이 실적을 가파르게 늘리면서다. 라면 전쟁의 무대가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양사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글로벌 수요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5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의 매출은 2022년 3조1291억원에서 2023년 3조4106억원, 2024년 3조4387억원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에도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식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정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신라면의 왕좌 vs 불닭의 속도…라면 전쟁터 바뀌었다 미국 타임스퀘어 디지털 옥외광고에서 송출된 농심 신라면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 광고.[사진제공=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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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왕좌' 지켰지만 무거워진 구조

농심은 여전히 라면 시장에서 국내 유통망 장악력과 브랜드 신뢰를 앞세워 독보적인 위치에 있디. 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수십 년 동안 소비자 식탁을 점유해왔고, 이같은 브랜드 자산은 단기간에 대체되기도 어렵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심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한 비율은 84% 가량으로, 지난해 라면 매출은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농심은 영업이익 흐름이 상대적으로 둔화했다. 2022년 1122억원에서 2023년 2121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2024년에는 1631억원으로 다시 줄었고, 2025년 역시 1924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비용 집행 확대와 원가 부담이 수익성 회복 속도를 제한한 셈이다.



신라면의 왕좌 vs 불닭의 속도…라면 전쟁터 바뀌었다

이는 국내 라면 시장이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탓이라는 분석이다. 인구 구조 변화와 1인 가구 확대, 외식·간편식 선택지의 다양화 속에서 라면 소비가 과거처럼 양적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 프리미엄 제품 확대, 브랜드 리뉴얼과 마케팅 강화 등이 불가피하다.


농심도신제품 출시와 브랜드 리프레시, 글로벌 마케팅 집행이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는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이는 수요 부진보다는 중장기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농심은 성장 해법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북미에서는 신라면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유통 채널을 재정비하며 중장기 성장을 준비 중이다. 유럽 판매 법인 설립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직은 투자 국면이지만 글로벌 브랜드 확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신라면의 왕좌 vs 불닭의 속도…라면 전쟁터 바뀌었다 농심의 영국 피카딜리 서커스 신라면 글로벌 캠페인.[사진제공=농심]
삼양식품, 불닭이 바꾼 회사의 정체성

삼양식품농심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2022년 9090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1조1929억원, 2024년 1조7280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2조3726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양식품의 라면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0%를 웃돈다. 영업이익은 더 가파르다. 2022년 904억원에서 2023년 1475억원, 2024년 3446억원으로 뛰었고, 2025년에는 5308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매출 증가 속도보다 이익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회사의 사업 구조 자체를 바꿔놓은 '불닭' 브랜드가 있다. 과거 내수 비중이 높았던 삼양식품은 불닭 이후 빠르게 수출 중심 기업으로 전환됐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4년 기준 약 77%까지 확대됐고, 지난해에는 80%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구조 변화는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이어졌다. 해외 판매 비중 확대와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늘면서 삼양식품의 라면 ASP는 최근 3년간 누적 기준으로 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배경이다.


신라면의 왕좌 vs 불닭의 속도…라면 전쟁터 바뀌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2026년 라면 전쟁 승부처는 '공급 능력'

라면 업계의 경쟁 무대가 글로벌로 이동하면서 승부처는 공급으로 이동하고 있다. 불닭 제품들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 채널에서 반복적인 품절 현상이 나타나면서 삼양식품은 공격적인 선택을 했다. 밀양 2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하고, 중국 현지 공장까지 착공하며 글로벌 수요를 직접 흡수할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수요가 형성된 이후 생산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성장 곡선은 꺾이기 마련이다. 삼양식품은 수요 이후의 병목을 사전에 해소하고, 불닭의 성공을 일회성 유행이 아닌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가려는 전략을 택했다.


신라면의 왕좌 vs 불닭의 속도…라면 전쟁터 바뀌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삼양식품 밀양2공장 준공식[사진제공=삼양라운드스퀘어]

농심의 접근은 다소 다르다. 농심은 여전히 국내 생산과 유통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점진적 확장을 택하고 있다. 북미와 중국을 중심으로 신라면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지만 삼양식품처럼 단일 브랜드에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와는 결이 다르다. 이는 농심의 강점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넓고 안정적인 만큼 글로벌 확장 역시 보다 신중하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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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농심의 신라면이 상징하는 브랜드 자산과 유통 지배력은 단기간에 흔들리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게임의 규칙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1위 브랜드의 해외 확장'이 정석이었다면 지금은 해외에서 먼저 폭발한 브랜드가 기업의 성장축을 이끄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신라면의 왕좌 vs 불닭의 속도…라면 전쟁터 바뀌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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