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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다간 늦는다" 벌써 50조 빠졌다…은행 자금 '이탈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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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5대 은행서 10영업일간 50조 넘게 빠져나가
코스피 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에 증시로 자금유입 가속화

증권사들이 앞다퉈 코스피 상단을 높여 잡으면서 향후 '머니무브'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에 은행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줄어들면 조달 비용이 수십 배 높은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출금리 인상 압박은 물론 은행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가만히 있다간 늦는다" 벌써 50조 빠졌다…은행 자금 '이탈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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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랠리를 이어가자 시중 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새해 들어 은행에서만 50조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하는 등 '머니무브(자금 이동)' 현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5000선'을 목전에 두면서 향후 자금 이탈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시중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21조4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74조84억원) 대비 52조6066억원 급감한 수치다. 새해 들어 단 10영업일 만에 50조원이 넘는 자금이 은행을 빠져나간 셈이다. 일평균 유출액만 5조원에 달한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 수치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월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감소 폭은 전월 말 대비 3조8268억원에 그쳤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하며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던 지난해 10월에도 감소 폭은 21조8674억원(일평균 1조2148억 원) 수준이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1월 요구불예금 감소치는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연초 자금 수요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유출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요구불예금은 성과급 지급 등 회계 처리 요인으로 연말에 늘었다가 연초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요구불예금은 전월 대비 약 20조원 증가했다. 하지만 0.1~0.2% 수준의 낮은 금리에도 입출금이 자유로워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이 이 정도로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은 증시로의 쏠림 현상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은행을 이탈한 자금은 증시로 고스란히 유입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5일 기준 92조6030억원을 기록했다. 8일 사상 최대치(92조8537억원)를 찍은 뒤 소폭 조정받았으나 여전히 90조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예치했거나 주식 매도 후 찾지 않은 돈으로, 주식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또 다른 대기성 자금 지표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역시 지난해 말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100조원대를 유지하며 15일 기준 102조1328억원을 기록했다.

"가만히 있다간 늦는다" 벌써 50조 빠졌다…은행 자금 '이탈 가속'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 4214.17로 마감했던 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인 이달 2일 4300선을 돌파했다. 이어 5일 4400선, 6일 4500선을 연달아 넘어서며 랠리를 지속했다. 16일에는 사상 최초로 4800선을 돌파하며 이른바 '5000피' 시대를 눈앞에 뒀다.


시장 참여도 역시 뜨겁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개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활동계좌는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된 계좌를 뜻한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다.


증시 호황에 '빚투(빚내서 투자)'도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15일 기준 28조745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18조2906억원, 코스닥시장 10조4549억원 규모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코스피 상단을 높여 잡으면서 향후 '머니무브'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에 은행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줄어들면 조달 비용이 수십 배 높은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출금리 인상 압박은 물론 은행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퇴직연금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주요 자산관리 채널에서 증권사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관련 금융상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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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새해 들어 계절적 효과를 뛰어넘는 이례적인 자금 유출이 관측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시장 금리와 연동해 예금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상, 당장 파격적인 금리 혜택으로 자금 이탈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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