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43.1% "휴대전화로 교권 침해 경험"
수업 시간에 갑자기 "트랄라레오 트랄랄라"
"올바른 SNS 사용방법 교육 강화해야"
"선생님, 영상 2배속 안 돼요?"
6년 차 교사 김모씨(30·여)가 최근 수업 시간마다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수업 시간에 영상을 틀어주면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온몸을 비틀며 집중하질 못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영상을 빨리 감기 해달라, 10초씩 넘겨 달라고 요구한다. 김씨는 교실을 돌며 아이들을 집중시키는데 진을 뺀다. 김씨는 "수업 시간에 영상을 틀어주는 건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건데도 집중을 못 한다"며 "글이나 긴 영상에 집중하는 걸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즉각적이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이 돼 가는 학생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볼멘 목소리가 교육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제공하는 '숏폼' 콘텐츠에 중독된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범위도 SNS로 넓어졌지만 교사들은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원 55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원인식설문조사'에서는 지난해 기준 응답자 중 43.1%가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수업방해, 교권침해 경험 있다고 답했다. 교육 활동 중에 생활지도, 압수 등 휴대전화 사용을 제지하다가 학생이 저항하거나 언쟁 및 폭언을 경험한 교원도 34.1%로 집계됐다. 심지어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상해 또는 폭행을 당한 적 있다고 응답한 교원의 비율도 6.2%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32·남)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아이들이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에 빠지기 시작한다고 하소연했다. 몰래 화장실에 가서 SNS로 채팅하거나 숏폼 콘텐츠를 보다가 교사에게 붙잡히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박씨는 "학교폭력 문제로 빠질까 봐 SNS로 채팅 나누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학생들은 SNS로 다른 친구를 욕하다가 걸려서 혼난다"며 "숏폼 콘텐츠로 본 '트랄라레오 트랄랄라'와 같은 유행어를 맥락 없이 말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SNS 확산, 새로운 학교폭력 탄생…"학부모 항의 부딪힐까 피해"
SNS 플랫폼이 제공하는 숏폼 콘텐츠는 학급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파고들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 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재학생 가운데 각각 88.9%, 92.7%, 96.7%가 숏폼 콘텐츠를 접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학생이 SNS와 관련해 잘못된 행동을 해도 교사가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SNS를 통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신고 접수가 이루어진 후에야 학교와 교사가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학교 교사 박모씨(33·여)는 "교사가 학생의 SNS 계정을 일일이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사건을 접수해야만 학교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SNS 확산으로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이 탄생했지만 이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역시 "SNS와 관련해서는 아이들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의 항의에 부딪힐까 미리 교원들이 피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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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청소년 대상 SNS 교육을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당국이 사이버 폭력을 조사해서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SNS상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까지 세부적으로 파악하진 못하고 있다"며 "어떤 사례가 SNS로 인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어떻게 SNS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더 자세하게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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