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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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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게시물·관공서 포스터에도 쓰여
20개까지 무료…사실상 무료 배포로 주목
동일본대지진 이후 페이지 개설…9년 간 업로드
만화·브랜드 등 다양한 협업도

'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인사를 나누는 사람 일러스트. 이라스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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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의 일러스트 보신 적 있으시죠.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포스터, 심지어 관공서 안내문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데요.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네티즌들이 만들어 쓰는 것은 아니고요, 작가 혼자 그려서 온라인 사이트 '이라스토야'에 업로드 하는 것입니다. 사이트에 있는 일러스트만 2만50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국민 일러스트 사이트 '이라스토야'의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그림 좋아하던 소년…얼굴 없는 아티스트가 되다
'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일본 문화청에 소개된 미후네 다카시 본인을 나타낸 일러스트. 문화청.

미후네 타카시씨는 본명과 남성이라는 성별을 제외하고 나이와 얼굴을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본인을 상징하는 일러스트를 그려 사진을 대체하는데요. 일본 문화청의 자료에도 사진 대신 컴퓨터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따 만든 일러스트를 실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받는 장면이 유튜브로 생중계됐는데, 참석하지 않고 화면으로 일러스트를 내보냈습니다. 그래서 일본 검색 엔진에는 '미후네 타카시 얼굴', '미후네 타카시 어떻게 생겼나', '미후네 타카시 몇살' 등의 질문들이 많이 올라오곤 합니다.

'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2023년 디자인 사이언스 파운데이션 시상식에 띄운 미후네씨의 일러스트. 디자인 사이언스 파운데이션.

대신 본인의 성장 과정은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는데요. 어릴 적부터 자유시간에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었다고 해요. 친구들이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를 그려달라고 부탁하면 그려주고, 중학생 때는 수채화와 유화를 집에서 취미로 그리기 시작했다는데요. 고등학생 때도 미술부에서 활동했지만 그림은 취미라고만 생각해 미대를 갈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학교 선생님이 재능을 눈여겨보고 '그림 잘 그리는 것 같은데 계속 열심히 해라'라고 밀어주셨다고 해요. 그래서 그림을 업으로 삼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디자이너로 취직해 회사에서 일을 1년 정도 하다가, 별로 맞지 않다고 느껴 회사를 그만뒀다고 해요. 그만둬도 할 수 있는 것은 그림 그리는 것이니, 그림을 그리고 본인이 운영하던 사이트에 이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외부에서 일러스트 외주제작을 맡기게 됐고, 몇 가지 받은 일을 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고 합니다.

동일본대지진에 탄생한 이라스토야…팬데믹에도 빛났다
'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이라스토야 사이트.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일러스트를 검색할 수 있다. 이라스토야.

이라스토야라는 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이었다고 합니다. 이 시기 일러스트레이터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을 때였는데, 큰 재해를 마주하고 본인이 할 수 없는 일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해요. 무력감에 사로잡혔다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여러 일러스트를 올려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사이트를 2012년 만들게 됩니다.


이라스토야는 그래서 한 게시물에 일러스트를 20개까지 무료로 쓸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요. 20개 이상을 넘으면 작가와 개별조율을 해서 금액을 산정합니다. 상업용으로 기업에서 활용하더라도 20개 이상을 넘지 않는다는 조건이면 무료로 이미지를 쓸 수 있습니다. 20개 이상의 일러스트를 게시물 하나에 다 넣어 쓸 일은 없다 보니, 사실상 이미지 무료 배포 사이트나 마찬가지인데요.


미후네씨는 생활, 계절, 동물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일러스트를 그려 정기적으로 올렸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의료 관련 그림을 계속 그려 관공서나 병원 등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는데요. 문화청과의 인터뷰에서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진 때 결심했던 것처럼 이런 일러스트가 있으면 분명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그렸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이라스토야에서 '코로나'로 검색하면 나오는 일러스트들. 검사키트, 백신 접종을 온라인 예약하는 사람의 일러스트, 백신을 걱정하는 사람의 일러스트 등이 업로드돼있다. 이라스토야.

9년간 일러스트들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2021년에 "이라스토야에 업로드된 일러스트들은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업데이트를 마친다" 라고 중단 소식을 올립니다. 그렇게 그려낸 일러스트들이 2만5000개가 넘는다고 해요. 지금은 일러스트는 비정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있고, 대신 메신저 이모티콘, 기업과의 협업 등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네티즌은 사이트에 붙는 광고 수익, 이모티콘 판매 수익, 굿즈 판매 등 이 수익만 월에 100만엔(926만원)이 넘을 거라고 추측해 계산하기도 했어요. 물론 공식적인 수익 등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 일러스트레이터로 등극해 매년 상을 휩쓸고 있죠. 2019년 디지털아카이브학회 실천상, 2021년 디지털미디어협회의 올해의 콘텐츠 상 우수상, 2023년 일본 디자인 사이언스 파운데이션이 주최한 올해를 선도한 캐릭터상, 2024년 농림수산성에서 개최한 가축 위생 포스터 콘테스트 장관상 등을 받았습니다.

'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트로피를 받은 사람. 이라스토야.
이라스토야에 숨겨진 재미있는 사실들
'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이라스토야의 마스코트 표코. 이라스토야.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점도 몇 개 소개합니다. 먼저 이라스토야 마스코트가 있습니다. 바로 '검은 토끼 표코'입니다. 보름달에서 길을 잃어 지구로 내려왔는데, 멍한 표정과 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라스토야에는 정말 '이것까지 표현한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그림들도 많습니다. '스마트폰 하다가 놓쳐서 얼굴에 맞은 사람의 일러스트', '불쾌한 골짜기를 표현한 일러스트',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공기총을 들고 있는 주부의 일러스트', '중2병 일러스트' 등 각종 상황을 표현하는 일러스트들이 많습니다. 다양성을 표방하는 만큼 노인, 어린이, 백인, 흑인, 아시아계 등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죠. 여기에 고산족 여성, 전통 의상을 입은 무슬림 부부, 동성 부부 등을 표현한 일러스트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스마트폰 하다가 놓쳐서 얼굴에 맞은 사람의 일러스트. 이라스토야.

유명 애니메이션과 협업한 일러스트들도 있는데요. 만화 '원피스', '도쿄 리벤져스' 등과도 협업해 이것을 전부 익숙한 인물 일러스트로 그려냈습니다. 이 밖에도 유니클로, 편의점 체인 로손 등 다양한 곳과도 협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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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일러스트' 혼자 2만5000개 그렸다…이라스토야 창업자 미후네 타카시 [일본人사이드] 이라스토야에서 표현한 만화 '원피스'의 등장인물 쵸파. 이라스토야.

이처럼 그가 국민 일러스트레이터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 내 자리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던 시간이 빛을 발한 것 같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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