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 신뢰도 약화·첨단기술 개발 등 산업 수요↑
수요 증가·생산량 정체 '수급 불균형'·민간투자 확대
금속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파급 영향 주목
주요국 ‘전략적 자산’ 통제 대비 공급처 다변화 필요
최근 치솟은 금·은·구리 등 주요 금속 가격이 올해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주요 금속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던 ▲인플레이션 지속과 미국 달러화 자산 신뢰도 약화 ▲첨단기술 개발 등에 따른 산업 수요 증가 ▲생산량 정체 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민간투자와 투기적 수요 확대 등의 요인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주요 금속 가격 상승 주요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특히 구리와 같은 산업용 금속은 대부분 중간재 성격으로 산업 전반에서 사용돼 생산자 물가를 상승시키면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금속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중국 등이 주요 금속을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면서 수출 통제와 비축 확대, 공급망 강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주요 금속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 특성상 공급처 다변화, 현지 투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장 뚫은 은과 금…인플레 지속·달러 신뢰도 약화·산업 수요 증가 원인
최근 금·은·구리 등 주요 금속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은(148.0%), 금(64.6%), 구리(41.7%) 가격 상승률은 알루미늄(17.4%), 니켈(8.6%) 등 일반 금속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통상 금속 가격은 유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만, 2024년 이후 유가가 하락한 반면 주요 금속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지속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금속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네 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김지형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과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다,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경계 심리가 이어졌다"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귀금속 등 실물 자산 수요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5월 Fed 의장 교체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감세 정책이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추가 재정정책이 가세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와 달러화의 위상이 미국의 재정적자 우려와 과도한 관세 정책 등으로 약화한 점도 금·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무디스는 세입과 지출 구조가 유의미하게 조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가 203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9%(2024년 6.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은과 구리 수요가 늘어난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 과장은 "재생에너지 중 효율이 높은 태양광 발전 설비가 확대되면서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은 수요가 증가했다"며 "2024년 기준 산업용 은의 29%가 태양광 발전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2022년 이후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구리 수요도 함께 늘었다.
수요는 느는데 생산량은 정체…민간 투자 급증 "가격 상승 부추긴다"
수급 불균형 역시 금속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은은 산업용 수요가 꾸준히 늘었지만, 공급은 구조적 한계로 정체되면서 2021년 이후 초과 수요가 지속됐다. 김 과장은 "은의 약 70%는 구리·아연·납 채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기 때문에 은 생산만을 늘리기 위한 광산 개발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구리 역시 지난해 광산 사고 등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며 3년 만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을 통한 민간 투자와 투기적 수요가 확대된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시티에 따르면 지난해 6~11월 글로벌 은 ETF 시장에서 8800만온스(약 35억달러)가 순매입되면서 지난해 전체 은 ETF 투자 규모는 약 1억1000만온스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확장적 재정정책, 첨단기술 투자 확대에 따른 산업용 수요 증가, 주요국의 핵심 광물 전략자산 지정 기조 등으로 주요 금속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올해부터 감세 정책을 본격 시행하고, 유럽은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역시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 수요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김 과장은 "주요 금속 가격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이 있어, 작은 충격에도 가격이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리와 같은 산업용 금속은 중간재 성격이 강해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금속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Fed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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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주요국이 금속을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며 수출 통제 등에 나서는 상황에 대비해 공급망 대응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이차전지, 반도체, 미래차·모빌리티, 수소 산업 등 4대 주력 산업에 필요한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 공급은 중국 의존도가 90%를 웃돌고 있다. 김 과장은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고 가격 상승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투자 확대, 자원 재활용 인프라 구축, 주요국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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